울산의 대표축제로 공업축제가 다시 등장한다. 울산시는 내년 6월께 울산공업축제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까지 열렸던 처용문화제를 대신하는 축제다. ‘다시 하나 되는 새로운 울산’을 비전으로 다양성과 어울림이 키워드라고 밝혔다. 내용면에서는 체육·전시·공연에 노동문화까지 아우른다. 공업도시의 과거를 회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래산업도 접목하겠다고 한다. 제1회 공업축제는 1968년 6월1일부터 3일간 열렸다. 1991년부터 처용문화제로 이름을 바꿨다. 내년 공업축제가 다시 개최된다면 32년만의 부활이다.
처용문화제가 울산의 대표축제로서 미흡하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킬러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해서 월드뮤직페스티벌을 만들어 덧붙였으나 처용문화제와 융합되지 못했고 10여년 만에 독립행사가 됐다. 공업축제를 이어받아 처용문화제까지 54년이다. 시민들의 만족도는 높아지지 않았고 외지 방문객도 거의 없었다. 이도 저도 아닌 채 덧칠만 하는 바람에 규모만 커지고 예산만 늘어났다. 문제는 시민화합을 위한 잔치를 하자는 것인지, 울산의 정체성을 버무린 문화상품을 만들자는 것인지, 방향성과 타깃을 명확히 하지 못한데 있다. 울산시가 계획하는 공업축제도 비슷한 양상은 아닐지 걱정이다.
처용문화제를 고집할 이유는 물론 없다. 처용이라는 아이콘은 얼마든지 다르게 살려나갈 수 있다. 대신 울산시는 도시의 품격을 올리고 절로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독창성 있는 문화행사를 만들어내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처럼 말이다. 인구 100만이 넘는 광역시 단위에서 굳이 모든 시민들의 관심사를 모은 잔치성 축제로 시민화합을 꾀할 필요는 없다. 그 역할은 인구 20만~30만명 가량의 기초단체가 맡는 것이 적절하다.
한때 전국적으로 지방축제의 관광상품화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축제는 화천 산천어축제, 보령 머드축제, 함평 나비축제 등이 고작이다. 이들 살아남은 축제를 살펴보면 규모가 크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백화점식 또는 종합선물세트처럼 구성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도 잘 드러난다. 울산의 상징성을 갖는 관광상품을 만들겠다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20일 ‘울산 대표축제 발전방안 시민토론회’를 개최한다. 여론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마련하긴 했는데 이미 공업축제 개최를 전제하고 있으니 대표축제 개발을 위한 토론회는 아닌 셈이다. ‘산업수도’라는 울산의 특성을 살리는 문화상품이 ‘공업축제’ 뿐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공론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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