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 발전할 수 있는 울산 대표 축제를 찾기 위한 ‘울산 대표 축제 발전방안 시민토론회’가 지난 20일 울산시의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1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토론회 개최 전 울산시가 내년 당초 예산안에 제57회 처용문화제 예산 3억5000만원을 반영하지 않으며, 올해 공업센터 지정 60주년을 맞아 내년부터 울산공업축제를 부활시키기로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토론회 패널로 전 대학교수, 지역 노동계, 언론계, 문화계 인사 등이 포진했다.
패널들은 ‘노동자 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잘 나타내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표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맞춤형 의견을 냈다. 물론 좋은 말이다. 과거의 역동적인 추억을 소환해 울산이 도약하고 성장하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층에는 낯설면서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울산만의 특색있는 레트로 축제로 육성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역동적인 울산의 모습을 1년에 단 한 번 축제에서만 즐기고 소비하기엔 아쉽다. 울산시청, 시의회, 울산박물관 등 공공기관 로비에 상설 사진전을 열고 즐기는 편이 낫다. 게다가 젊은 층에 레트로 감성은 전국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SNS 사진 찍기용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처용문화제 폐지 논란이 나온 것도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결론을 내지 못하고 콘텐츠 변화를 주며 계속 이어가고 있다. 처용문화제는 한때 10억원에 달하던 예산이 올해는 3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남구 울산고래축제 12억5000만원, 울주 옹기축제 8억8000만원, 북구 울산쇠부리축제 6억원, 동구 조선해양축제 5억원, 중구 마두희축제 4억5000만원 등 구 단위 축제보다 적은 예산이다. 시민들을 유인할 콘텐츠 부족이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가운데 ‘대동’을 끌어냈다.
성공한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지역민의 공감이 필요하다. 지역성을 담은 명칭과 명칭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품은 행사로 지역민이 함께 즐겨야 한다. 이를 위해 밀실에서 축제를 기획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닌, 여유를 가지고 모두 함께 즐기는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대폭적인 콘텐츠 강화로 전국적인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이름 없는 지역축제의 하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물론 새로운 울산의 대표 축제가 발굴된다고 하더라도 ‘처용 콘텐츠’만은 끝까지 가져가야 한다. 처용은 울산이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화자산이기 때문이다. 울산시 남구 개운포에 있는 처용암이 발상지인 처용은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처용설화의 내용만으로도 문학, 음악, 무용, 미술 등 무궁무진한 문화적 요소를 갖고 있다. ‘처용’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문화 행사를 치러낼 수 있다.
전상헌 문화부 차장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