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했다. 본예산 기준으로는 첫 시정연설이다. 민주당이 불참해 의석의 절반이 텅 빈, 초유의 상황에서 대통령이 연단에 올랐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야당이 보이콧한 것은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야당 비하 발언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수사와 관련한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이 민주당이 내세운 이유다. 예산 심의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그런데 다수당인 제1야당이 대통령의 새해예산안 설명조차 듣지 않았다.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사전에 수습하지 못한 국민의힘의 정치력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윤 대통령의 이날 시정연설은 역대 최단시간인 18분28초에 그쳤다.
윤 대통령이 이날 시정연설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재정 건전화와 사회적 약자 보호다.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639조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 편성했다. 윤대통령은 경제건전성에 방점을 찍으면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며 생활물가와 원가주택 등 구체적인 정부지원책을 밝혔다. 안보 현실의 엄중함도 강조했다. “(북한이)핵 선제 사용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뿐 아니라 7차 핵실험 준비도 이미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압도적인 역량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정연설에서는 짧은 언급이지만 취임사에서도, 100일 공식기자회견에서도 언급하지 않았던 지방소멸 문제가 처음으로 거론됐다. “지방소멸 대응 특별양여금을 1조원으로 확대하고,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투자 규모를 지역 수요가 높은 현장 밀착형 자율사업을 중심으로 대폭 확대하여 지역 주도로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특별양여금과 지역주도 자율사업을 위한 균특회계규모 확대는 지방도시들이 정부 예산 편성에서 가장 기대하는 대목이다. 근본적으로는 지방재정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이 절실하지만 그나마 예산과 자율성 확대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윤대통령의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짐작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했다. 정치권의 다수가 수도권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데다, 수도권이 충청권까지 확대되면서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국가적 정책은 점점 약화돼가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소멸 위기라는 국가적 과제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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