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끄러운 서덕출전시관·공원…내년에도 대책 없나
상태바
[사설]부끄러운 서덕출전시관·공원…내년에도 대책 없나
  • 경상일보
  • 승인 2022.10.27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 중구 복산동에는 2만3802㎡에 이르는 서덕출공원·전시관이 있다. 도심의 높다란 언덕이다. 2007년 1월 복산공원으로 조성했다가 2012년 새단장해 서덕출전시관과 야외조각공원을 갖춘 서덕출공원으로 거듭났다. 서덕출은 <봄편지>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울산출신 아동문학가다. 지금은 B-05재개발사업지구의 아파트 공사현장에 둘러싸여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다. 전시관 1층은 공원녹지과가 창고로 쓰고 있다 한다.

입구부터 을씨년스럽긴 하지만 지금도 공원과 전시관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게 진입로와 공원 정상부에 거대한 규모로 조성된 분수대는 가동을 멈춘 지 오래다. 그 자체로 혐오시설이다. 공원조성 당시엔 예산이 4억원이나 들었고, 울산에서는 보기 드문 야외조각공원이지만 지금은 인공적인 시설을 모조리 뜯어내고 완전히 새단장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시대에 뒤떨어졌다.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이 열려 있는 전시관은 곳곳이 녹슬고 거미줄이 쳐져 있어 전시관이라 부르기도 민망하다. 서덕출 원고 등 관련 자료를 저렇게 방치해도 되나 싶다. 서덕출을 문화상품화 한다고 야단법석을 떤 지 겨우 10년이다. 혹여 서덕출에 관심을 가진 문인이나 그의 작품을 읽은 어린이들이 방문이라도 한다면 민망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도시재개발로 인해 이용객이 없거나 진입에 애로가 있어 휴관을 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전시 자료를 따로 보관해야 하고 전시관 휴관에 대한 충분한 안내도 있어야 한다. 공원 진입로도 공사로 인해 일부 막아두었지만 열어둔 진입로가 있다면 인근 주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관리를 하는 게 마땅하다.

B-05재개발사업은 내년 10월 마무리된다. 2600여가구나 되는 아파트 주민들이 입주하게 되면 서덕출 공원은 더없이 유용한 공원이 될 게 틀림없다. 하지만 내년에도 울산 중구는 예산을 들여 공원을 재조성할 계획은 없다. 조합측에 공원 재조성을 요청해두었다고 한다. 조합측이 거액을 들여 공원을 조성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으나 중구가 조합에 내맡기고 손을 놓고 있어도 될 일은 분명 아니다.

아동문학가 서덕출(1906~1940)은 울산의 인물자산이다. 서덕출공원은 B-05와 B-04의 재개발이 완료되면 6000여가구나 되는 아파트단지 속 산소 같은 공간이 된다. ‘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 한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아름다운 동시를 남긴 문학가의 이름을 딴 공원과 전시관이 청소년 유해환경이나 주민 혐오시설로 낙인찍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