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국정감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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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국정감사 유감
  • 경상일보
  • 승인 2022.10.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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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지난주에 국정감사가 끝났다. 많은 직원들이 약 두 달에 걸쳐 밤새워 자료를 준비하고, 예상질문과 답안을 작성하고 리허설까지 마친 큰 행사가 이제야 끝이 난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국정감사에서 동서발전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었다. 아니 개별적인 질문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이 준비에 난리법석을 떤 것이다. 그래서 국정감사를 수감하는 기관들의 많은 사람들은 국정감사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명백한 행정낭비라는 것이다.

현상적인 모습만 본다면 그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국정감사는 반드시 필요하고, 어쩌면 국정감사가 의원들의 진정한 존재 의미라고까지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의원의 본업은 입법이다. 그러나 실제 법은 대부분 행정기관에서 만들어진다. 행정을 해 가면서 법적인 근거가 필요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 주된 법의 입안 과정이다. 물론 최종적으로 법을 만드는 것, 즉 입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의원들의 몫이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원들이 일상적으로 해야 할 일은 행정의 감시이다. 행정이 긴장을 놓지 않고 잘하게 하는 것, 특히 불법한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부당한 행정이 발생되지 않게 하는 것, 이것이 의원들의 진정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의원들의 본업이 행정감시라면 감사, 특히 국정감사에서 주로 다루어야 할 분야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행정의 방향성 문제와 구체적인 사안의 적정성 문제가 그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방향성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구체적인 사안의 적정성이란 과거 행정행위 중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안의 옳고 그름을 따져 그 문제를 바로잡거나, 앞으로 의원이 지적하는 착안점을 감안해 행정을 펼쳐나가게 하는 것이다.

이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에너지국감에서는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개별적인 지적사항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방향성 논의가 별로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거대한 흐름이다. 그런데 사실 아직 그 방향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대표적인 신재생 에너지인 태양광·풍력의 잠재량을 어느 정도로 보는지’ ‘어디에 어떻게 설치할 것인지, 가격은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등등 따져 보아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또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즉 ‘햇빛이 비치거나 바람이 불 때만 전기가 생산되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전기사용량이 2배 이상 늘어난다고 할 때 송전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의 문제도 있다. 지금도 제주도에서는 넘쳐나는 신재생 전기를 송전하지 못해 발전 자체를 막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번 에너지국감에서 가장 쟁점이 된 사안은 아마 ‘탈원전으로 인해 한전의 적자가 누적된 것인가’와 ‘발전공기업인 KDN이 소유하고 있는 YTN 방송국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아닌가’하는 문제일 것이다. 앞에서 말한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이슈들보다 이러한 것들이 더 중요한 것일까? 이번 정부에서 원전의 역할을 지난 정부에 비해 확대한다고 하는 것은 중단기적으로 급격한 에너지전환에 초래하는 비용문제를 완화시키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는 데에는 긍정적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원전의 대폭 확대가 주민수용성이라는 관점에서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인지 의문인 상황에서 ‘신재생으로의 에너지전환’이라는 도도한 시대적 흐름을 놓치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서발전은 올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10년만에 처음으로 130개 기관 중 S등급을 받았다. 쉽게 10년으로 환산해보면 1300개 기업 중 1등을 한 공기업의 대표가 취업 시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스스로 발전업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적은 겸양의 표현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성과가 탁월(S)한 공기업 사장을 능력이 없는 낙하산 인사로 공격하는 정치국감을 벗어나 국가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며 국가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정책국감으로 변해가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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