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이 불가능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29일 핼러윈을 앞둔 토요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일대 좁은 골목길에 수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생한 최악의 압사 참사다. 30일 오후 4시30분 기준 사상자가 256명이다. 153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24명은 중상으로 파악돼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인명피해다. 우리의 미래인 젊은이 수백명이 도무지 발생해서는 안 되는 사고를 당한, 국민적 슬픔이다.
이날 ‘핼러윈의 성지’라 불리는 이태원에는 3년만의 ‘노마스크 핼러윈’이라 해서 10만명 가량이 운집했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이태원로로 내려오는 폭 3.2m의 좁은 골목길이다. 현장 목격자는 “밤 10시 넘어 해밀톤호텔 옆 좁은 길에 사람이 몰려들면서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넘어졌고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였다”고 전했다. 골목마다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행인이 가득 찼고, 한순간에 대열이 산사태처럼 무너졌다고 한다. 소방당국이 신고를 접수한 건 10시15분께부터다. 인파로 가득찬 좁은 골목길이라 구급차량과 인력이 진입하기 어려워 구호가 늦어졌다. 실내도 아니고 골목길에서 벌어진 일이라 누구의 잘못을 탓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으면 경찰의 적극적인 통제가 필요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지금은 침착하게 사고를 수습해야 할 때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전 1시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오전 9시50분 용산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에서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신속한 사고 수습을 약속했다. 골목길이라는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정부의 책임감 있는 사고처리가 필요하다. 특히 정치권은 물론이고 SNS사용자들도 공연한 논란을 벌여 재난 수습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피해자의 명예를 손상하거나 사생활을 들추는 등의 개인 인권 침해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부상을 당하지 않고 귀가한 사람들 중에도 사고현장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후유증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체계적 지원도 필요하다. 세월호 사고에서 경험했던 심각한 국론 분열을 또다시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모든 국민의 성숙한 태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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