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전도시 울산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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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안전도시 울산을 위해
  • 경상일보
  • 승인 2022.11.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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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훈 울산MBC PD

이태원의 핼러윈 참사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사회 안전망이 이거 밖에 안되는지 자괴감마저 들 정도였다. 생활 속 안전을 다시 돌아보고 조금이라도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있다면 과감히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나와 가장 가까운 곳의 안전, 그것은 내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것이 아닐까, 백화점을 드나들 때, 앞사람이 문을 탁 놓는 바람에 당황하고 불쾌했던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작은 배려가 안전의 시작이 아닐까,

몇 년 전, 시내 큰 건물의 출입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지 조사를 했던 적이 있는데 드나든 사람 200여명 중, 문을 잡아주거나 문닫을 때 뒤를 살피는 사람은 30명 정도, 비율로 따지면 15%였다. 대구시의 어느 백화점은 거울처럼 반사되는 스티커를 손잡이 옆에 붙여서 자연스레 뒤를 볼 수 있게 했는데 작지만 꼭 필요한 안전조치가 아닐까,

아파트마다 ‘소방차 전용구역’이 있다. 그런데 밤만 되면 ‘소방차 전용구역’이 주차차량으로 덮여 버리기 일쑤다. 화재시 그 곳은 비상사다리차가 주차하는 곳이기도 한데 화재로부터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공간이다.

안전에 더 둔감한 곳이 있다. 울산 중심가 이면도로에 가면 도로변에 주정차금지 푯말이 있지만 그 아래엔 무수히 많은 차들이 주차하는 경우를 항상 본다. 주차차량들 사이로 걷다보면 달리는 차들이 옷깃을 스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위험한 경우도 종종 있다. 최소한의 약속마저 무너질 때 안전도 무너진다.

신호등 없는 교차로를 통과할 때도 우리는 불안하다. 도로교통법에는 먼저 진입하는 차가 우선권이 있다. 이 말은 만약 접촉사고라도 나면 조금이라도 늦게 진입한 차가 가해자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교차로에 늦게 도착해도 먼저 들이밀기를 하고 또 앞차 따라 꼬리물기도 끊이질 않는다. 눈치 보며 서행하는 차들은 자칫 우선권을 뺏기다보니 교차로는 금새 뒤엉키기 일쑤다.

미국은 우리와 다르다. 모든 차는 교차로 진입 전에 반드시 브레이크를 밟아 멈추어야 한다. 정지 후엔, 교차로에 먼저 진입한 차가 먼저 통과, 거의 동시에 도착했을 경우엔 우측차가 우선권이 있다. 이 두 가지 원칙만 확실히 지켜도 신호등 없는 교차로는 큰 문제없이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도 안전은 중요하다. 금방 탄 승객이 앉기도 전에 버스가 출발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연세 많은 분들에겐 이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일본에서 버스를 탄 경험이 있는데 운전자가 손님이 좌석에 앉았는지, 안전손잡이를 잡았는지 확인 후 출발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버스내릴 때도, 우리는 버스가 서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승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본버스의 경우, 차가 서기 전에 미리 일어났다가는 기사로부터 다시 앉아라는 호통을 듣기 일쑤다. 우리도 일본버스처럼 할 수 없냐고 버스회사에 물은 적이 있다. 그렇게 하면 배차시간을 맞출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안전을 위해서는 감내할 것이 참 많음을 알 수 있다.

2016년, 경부고속도로 울산 나들목 근처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관광버스에 불이 나서 승객이 10명이나 숨진 사고가 있었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불길을 피해 버스 뒤쪽으로 피신했다가 변을 당했다. 만약 버스 뒤쪽에 비상구가 하나 더 있었더라면 인명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 독일의 경우, 45인승 버스에는 비상구가 무려 5개가 있어야 할 정도로 안전에 엄격하다. 비상구를 만들자고 우리 버스제작사에 요구하기도 했지만 디자인을 바꾸면 비용이 더 든다는 대답뿐이었다.

울산사고 이후에 버스 비상구를 더 만들자는 법안까지 발의 됐지만 국회를 통과했다는 얘긴 듣지 못했다. 안전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서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안전은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내 옆에 또 내 뒤에 있는 사람을 위한 작은 배려에서부터 시작됨을 잊지 말자.

이영훈 울산MBC PD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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