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시·시조·동시작가들 신작 시집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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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시·시조·동시작가들 신작 시집 잇따라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2.11.03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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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주열 '한 사람들로 붐빈다'
▲ 권주열 '한 사람들로 붐빈다'

4인칭 언어…‘말의 틈’ 연구도

◇권주열 <한 사람들로 붐빈다>

<한 사람들로 붐빈다>는 권주열 시인의 다섯 번째 신작 시집이다. ‘레몽 크노’ ‘오후’ ‘이름 붙일 수 없는 자’ 등 57편의 시가 실렸다.

‘오후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하루에 한 번씩 오후가 온다/ 때로는 서너 번씩 올 때도 있다// 동그란 오후// 오후는 한 번도 오전에 나가 본 적도 없고/ 어둡기 전에 자리를 떴다// 그런 오후가 며칠째 소식이 없다//후략’-‘오후’ 중에서.

시인이 바라보는 오전과 오후는 시간의 개념이 아니다. ‘동그란 오후’라는 표현으로 마치 사람처럼 이름을 붙였다. 이처럼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4인칭 언어를 사용해 말에 나 있는 틈을 연구하고, 그 작은 틈을 파헤치며 행복, 슬픔, 눈물 등 언어가 가진 무수한 감정 표현을 담았다.

권주열 시인은 2004년 ‘정신과 표현’으로 시인으로 등단해 시집 <바다를 팝니다> <바다를 잠그다> <붉은 열매의 너무 쪽> <처음은 처음을 반복한다> 등을 썼다. 108쪽, 1만원, 파란시선.
 

▲ 서금자 '청학동 어머니 별'
▲ 서금자 '청학동 어머니 별'

어린시절 추억 담은 77편의 시

◇서금자 <청학동 어머니 별>

40년 넘게 울산에서 교원으로 재직한 서금자 시인이 시집 <청학동 어머니의 별>을 펴냈다.

표제시 ‘청학동 어머니 별’을 비롯해 ‘어머니의 비손’ ‘별밤 아래’ ‘사월을 보냅니다’ ‘그곳의 새벽’ ‘봄비’ 등 77편의 시가 수록됐다.

‘고향 하늘이 거기에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꿈으로 그리던 그곳/ 천리길 달려 청학동에 왔습니다/ 언니들과 궁거랑에서 멱 감고/ 평상에 누워 바라보던 여름밤하늘/ 별 숫자만큼 꿈이 늘어나던 그날들// 중략//어머니가 별빛 밝혀 배웅을 해줍니다/ 청학동은 가만가만 고향이 되어갑니다’­‘청학동 어머니 별’ 중에서.

매연 등 환경오염과 고층 아파트의 밝은 조명에 가려 도시에서 별 보기가 힘들어졌다.

하지만 시인은 산과 물이 어우러진 지리산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어린 시절 언니들과 멱감던 궁거랑에서의 추억에 이입해 잘 표현했다.

서금자 시인은 2012년 ‘한국문인’ 신인문학상으로 시인으로 등단해 <숨결, 바람꽃으로 피다> <나팔꽃 고집> 등을 펴냈다. 144쪽, 1만원, 언어의집.

▲ 이구락 '왼손의 애가(哀歌)
▲ 이구락 '왼손의 애가(哀歌)

하나의 주제 ‘연시조’ 소개도

◇이구락 <왼손의 애가(哀歌)>

이구락씨가 칠순을 맞아 시조집 <왼손의 애가(哀歌)>를 발간했다. 제목처럼 45세에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났지만, 여전히 오른손이 불편해 왼손으로만 컴퓨터 자판을 눌러가면 한국 고유의 정형시 150편과 동시 2편을 묶어 책을 냈다.

‘대보름 둥근 달이 낮달로 치솟더니/ 경주서 나를 따라 울산에 당도하네/ 망월 굿 왁자한 판을 막 펼치련 기세로// 세상을 품은 미소 임인년 청명 기운/ 온 가족 건강 빌고 손주 꿈 소원 비는/ 여인의 앳된 기도가 저 달빛 어린다.’­‘쟁반같이 둥근 달’ 전문.

책에는 글과 장소에 어울리는 사진도 함께 수록돼 있다. 또 ‘쟁반같이 둥근 달’처럼 하나의 주제로 깊이 있는 시조의 연마 과정을 거쳐 둘이면서 하나로 보일 수 있는 연시조도 다수 소개됐다. 이구락 시인은 2020년 ‘서정문학’ 시조 신인상을 받았고, 산문집 <지난 세월은 추억으로만 남지 않는다> <울산에 살어리랐다> 등을 썼다. 200쪽, 1만원, 서정문학.

▲ 최봄 ' 박물관으로 간 그릇'
▲ 최봄 ' 박물관으로 간 그릇'

동시로 빚어낸 이야기 51편

◇최봄 <박물관으로 간 그릇>

최봄 시인이 글을, 윤진희 작가가 삽화를 그린 첫 동시집 <박물관으로 간 그릇>이 나왔다. 시인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대하는 그릇의 내력 위에 상상력을 더했다. 빗살무늬토기로부터 오늘날 흔히 쓰는 그릇까지 시인이 동시로 빚어낸 이야기는 51편이다.

‘번개무늬/ 삼각무늬/ 그물무늬/ 참대순무늬/ 단추무늬/ 덧무늬/ 줄무늬// 이중에서 한번 골라 봐!// 넌 세상에/ 어떤 무늬를 남기고 싶니?’­‘넌 무슨 무늬가 좋아’ 전문.

이 동시는 청동기 시대 평안북도 신암리에서 발굴된 다양한 무늬가 새겨진 ‘신암리 토기’를 보고 시인이 쓴 동시다. 책에서 시인은 토기부터 고려의 청자, 조선의 백자까지 생활용품에서 새로운 모양을 창조하거나 그림을 그려 넣는 예술품으로 발전한 우리 그릇에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전달한다.

최봄 시인은 2018년 ‘푸른동시놀이터’ 추천으로 동시작가로 등단해 동화 <노란 리본> <해녀, 새벽이> <도서관으로 간 씨앗> 등을 펴냈다. 80쪽, 1만1000원, 가문비어린이.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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