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2022년 2월15일자 경상시론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 때와 장소를 안 가린다’에서 2022년 1월27일부터 발효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계기로 기업들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어서, 2022년 5월23일자 경상시론 ‘4차산업혁명시대의 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제언’에서 VR/AR(가상현실/증강현실), 사물인터넷(IoT) 및 스마트센서, 그리고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 해당 조직들에 적합한 안전관리시스템의 구축 필요성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10월29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서편의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에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사망자 156명, 부상자 197명 발생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다. 몇 년 전 세월호 침몰 사고가 떠올랐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로 오가는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전라남도 진도군 관매도 부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이 사망·실종된 대형 참사였다. 이와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들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마 우리나라가 6·25전쟁 후 70년 동안 전쟁도 없었고,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도 크지 않았고, 치안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안전한 국가로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국민들의 유전인자에 안전 DNA가 퇴화된 것은 아닐까 반문해 본다.
이러한 대형 참사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상으로 중대산업재해가 아니라 중대시민재해라고 볼 수 있겠다. 지금까지는 주로 중대산업재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안전사고예방 방안·정책들을 논의해 왔으나, 이번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중대시민재해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중대시민재해란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그리고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중대시민재해 발생시,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은 법에서 정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망 등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최고 1년 이상의 징역,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짐과 동시에 법인 또는 기관에 최고 50억원 이하의 벌금까지 부과되는 양벌책임까지 지게 될 수 있다. 중대시민재해의 적용대상은 크게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그리고 공중교통수단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의 설계·제조·관리상의 결함으로 이용자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가 가해진 경우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 석면 제품 피해 등 제품의 원료에 내재된 위험성으로 인해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위해가 가해진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일정 면적 이상의 공중이용시설 즉, 지하역사, 지하도 상가, 철도 대합실, 여객터미널, 도서관, 박물관 및 미술관, 병원, 실내 공연장, 어린이집, 대규모 점포 등의 시설에서 사고로 시민들의 생명·신체에 위해가 가해진 것을 의미한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공중교통수단, 즉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도시철도차량, 여객선, 항공기, 시외·고속버스 등에서 사고로 시민의 생명·신체에 위해가 가해진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세월호 사고, 항공기 추락사고 등이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조사에 의하면, 일반국민의 안전의식지수가 2.73점(5점 만점)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을 스스로 높여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전문가들은 IQ지수에 흥미를 갖는 것처럼 국민안전의식지수에도 관심을 갖고 향상시키는 것이 안전불감증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끝으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킬 일차적 책임자는 본인 스스로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을 몸에 익힐 것을 당부해 본다.
장길상 울산대 경영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