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각종 유언비어 등 가짜 뉴스들이 SNS에서 퍼지고 있다. 이런 유언비어들을 기자들이 팩트 체크를 소홀히 해 혼란에 일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혼란을 잠재운 건 과거 무분별한 가짜 뉴스들로 경험치를 쌓은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지난 일주일간 참사에 대한 가짜 뉴스와 괴담 등이 온라인에 출몰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등 이전 수많은 가짜 뉴스와 괴담 등에 휩쓸려 낭패를 맛보았던 시민들은 부화뇌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매체를 중심으로 별다른 펙트 체크 없이 의혹들을 재생산해 눈총을 받았다.
이태원 참사 당시 유명인 출몰로 인해 인파가 몰렸다는 주장은 여러 유명인들이 오해를 받고 해명하는 일로, 사람들을 뒤에서 밀었다며 참사 주동자로 유력히 의심받은 일명 ‘토끼 머리띠 남성’에 대한 주장은 사실 관계 확인 없이 확대·재생산됐다. 또 참사 당일 각시탈을 쓴 두 명이 아보카도 오일을 길에 뿌려 사람들을 미끄러지게 했다는 주장 또한 제기됐다.
하지만 두 주장 모두 유언비어로 밝혀졌다.
토끼 머리띠 남성으로 지목된 A씨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브리핑에서 “A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휴대전화상 위치나 CCTV를 분석한 결과 혐의점이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라고 밝히며 누명을 벗었고, 아보카도 오일은 ‘짐 빔’이라는 술이며 SNS 떠도는 사진의 위치가 압사 참사 현장이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참사 현장 상황에 대한 유언비어뿐만 아니라 참사 이후 국가애도기간에 부고 문자를 피싱 문자로 오해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1일 “XX 엄마입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로…연락할 방법이 없어…부고장 전달을 부탁드립니다”라는 글과 URL이 포함된 문자메시지가 퍼졌고 일부에선 피싱문자라고 의심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를 본 한 인터넷 매체는 별다른 확인 없이 이런 유형의 피싱문자를 조심하라는 기사를 송고했다. 하지만 다음날 부고 사실을 확인한 결과, 링크상의 부고 내용과 실제 고인이 일치하며 해당 장례식장에서 이미 발인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했다. 해당 매체는 팩트 체크 안된 가짜 뉴스를 퍼뜨린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소위 어른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정작 성인들은 비판적 사고는커녕 무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정보를 수용하고 또 퍼뜨리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기자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올바른 정보 습득을 위해 팩트 체크를 권하고 싶다. 우리 사회가 이미 가짜 뉴스와 유언비어로 충분한 피해를 입어왔기 때문이다.
신동섭 사회부 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