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만의 사회와 문화(40)]‘핼러윈 참사’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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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만의 사회와 문화(40)]‘핼러윈 참사’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
  • 경상일보
  • 승인 2022.11.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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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영어영문학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군중압사로 15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났으나 시민들의 추모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참사는 14개국 26명의 외국인도 희생되어 뜻밖에 세계뉴스가 되어버렸다.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핼러윈이 뭐길래’라는 말을 시작으로 사과와 사퇴, 고위직들의 희생양 찾기, 책임자들의 다양한 비난회피 전략 등이 눈에 띈다. 국내 언론보도 제목은 이렇다. 사고지점 인근 용산구 공무원들 “우리는 소관 부서 아니다” 외면,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미리 투입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용산서 부실대응 이면엔 ‘대통령실 용산 이전’ “안전사고 예방 책임은 경찰에 있다” 등. 최근 수습과 수사의 방향이 주최자 유무에 따른 책임회피 전략에서 벗어나, 행정안전부와 경찰의 사전준비 미비, 지자체장과 소속 공무원의 무사안일, 경찰 지휘체계 혼란 등으로 바뀐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핼러윈은 한국 젊은이들에게 어떠한 축제인가? 우선 20~30대 입장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영어수업시간에 배운 미국문화 체험의 연장선이다. 한국의 케이팝과 음식, 각종 문화가 외국에 수출되어 외국인들이 즐기듯이 영어와 함께 미국문화가 수입되어 한국인들이 즐기는 것은 글로벌 사회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미동맹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던 사람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이상한 미국 귀신놀이를 하다가 죽은 아이들한테 왜 우리 세금을 쓰느냐’고 역정을 낸다면 소위 청년들이 말하는 ‘꼰대’ 시각이다. 이 땅의 젊은이들은 누구 없이 나라의 미래다. 핼러윈 축제를 ‘미신과 우상숭배’라거나 ‘수상한 외래 풍속의 한국 정착’이라는 종교편향적 평가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글로벌 한국’이라면 재미있는 외국문화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도 관대하게 수용해야 한다.

‘한규만의 사회와 문화(4)’에서 밝혔듯이 핼러윈데이를 종교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과 인류문화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 첫째, 한국 민속학사전에 따르면 동지는 해가 가장 짧은 날이라 음(陰)이 극에 달한 날이어서 귀신이 성하는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지에 붉은 팥죽을 쑤어 조상께 제사지내고 대문이나 벽에 뿌려 귀신을 저승으로 보내고 새해의 무사안일을 빌던 풍습이 있었다. 둘째, 핼러윈의 근원인 삼하인(Samhain) 축제도 동지축제의 일종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대 켈트인들도 어둠의 악귀를 쫓아내기 위하여 붉은 색을 중시한다. 먼저 죽은 자들의 평안을 빌고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베풀었다는 사회적 의미를 실천하면 된다. 셋째, 핼러윈에서 아이들이 사탕을 요구하고 청년들이 파격적 복장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도 이웃과 소통하는 계기라고 보면 축제의 순기능이 된다. 필자는 3년전 ‘다만 불행한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계도하면서, 축제를 마음껏 즐기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외국문화 수용과정에서 커다란 아픔을 겪고 있다. 참사의 본질은 기성세대의 인류 놀이문화에 대한 몰이해와 무능행정이다. 외국인과 외국언론의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1) 이번 참사 원인을 ‘우르르 몰림(stampede)’이 아니라 ‘군중 압착’(crowd crush)으로 보아야 한다. 우르르 몰림은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표현이다.(영국의 갈레아 교수) 2) 핼러윈 비극은 매우 인기없는 지도자에게 하나의 시험대이다. a Test for a Deeply Unpopular Leader.(워싱턴 포스트) 3) 서울의 핼러윈 군중압착은 확실히 피할 수 있었다. ‘Absolutely Avoidable’(뉴욕 타임스) 4) 한국인들, 핼러윈 참사 안전실패에 수치스러워. South Koreans Ashamed Over Safety Failures.(AP) 등 새겨들어야 할 말들이 많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영어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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