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이나 연휴 해질녘, 고속도로 서울산 나들목 등을 통해 물밀듯이 지역을 빠져나가는 차량을 볼 때면 필자의 마음은 아쉬움으로 가득해진다. 특히 타 지역 관광버스 행렬을 볼 땐 더 그러하다.
곧 저녁 시간이고, 날도 저무는데 지역에서 잠이라도, 아니면 저녁이라도 해결하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저 많은 차량의 목적지는 과연 어디일까? 저들을 지역에 더 머물게 할 순 없을까 하는 고민에 빠진다. 방문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면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에.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관광특화 빅데이터 플랫폼인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월부터 9월 말까지 울주를 거쳐 간 방문객 수는 2452만명. 이동통신 데이터를 기반한 외지인 및 외국인 방문자 수이기에 이들이 무엇을 위해 울주를 방문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엄청난 수임은 분명하다.
이들 방문자의 울주군 평균 체류시간은 210분, 방문자 중 숙박방문자 비율은 6.6%, 평균 숙박일은 1.8일로 나타났다. 또 해당 기간 방문객들이 울주에서 839억원을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의 경우 특정 카드사만의 통계치라 금액은 큰 의미는 없지만 업종별 관광소비 현황은 참고해 볼 사안이다. 울주군 방문자들의 소비 형태는 식음료업 68.7%, 여가서비스업 20.8%, 쇼핑업 8.1% 순이었다. 주로 음식을 먹고, 골프 등 여가를 즐기는데 돈을 썼다.
소비 형태 중 숙박 비율을 지역의 열악한 숙박 환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전체 소비의 2.3%로 방문자들이 지역에서 잠자는 데 인색했다. 이는 해당 플랫폼에서 내비게이션 데이터 기반으로 추출한 울주군에서 인근지역 유출 목적에서도 잘 나타났다.
같은 기간 3만6884건의 내비게이션 이동 목적지가 울산 남구나 경북 경주, 부산 등의 숙박업소였다. 체류시간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숙박인데 울주를 방문한 많은 이들이 숙박 때문에 울주를 떠나는 것이다.
얼마 전 전국 광역 및 기초의회를 상대로 의정 연수를 추진하는 한 업체 관계자에게 연수지로 울산, 또는 울주를 찾는 경우가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건넨 적이 있다. 돌아온 답은 ‘울주는커녕 울산도 없다’였다. 또 다른 업체의 지난 5년간 자료도 받아봤지만 역시 울주는 없었다. 인근 경주나 부산에 잘 갖춰진 숙소 인프라 때문에 찾지 않는다는 것.
실제 158곳의 울주군 숙박업소 중 극소수를 제외하곤 대부분 우리가 흔히 아는 모텔급이나 펜션들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 수요는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으나 기업의 워크숍 장소나 단체 관광객들의 선택지로서 울주는 불모지인 셈이다.
지금까지 울주군은 지역의 자연경관과 역사·문화 자원을 홍보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곳곳을 개발·정비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왔다. 이 같은 노력이 방문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려 지역 경제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책 대부분이 방문자들의 단순 이목을 끌 프로그램 일색이었다.
관광은 모든 서비스 산업을 망라한 종합산업이라 했다. 식물의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넘치는 영양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영양소라는 리비히의 최소량의 법칙처럼 척박한 지역의 숙박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도 울주는 스쳐가는 경유지일 뿐이다.
미래 먹거리로 관광을 택한 전국 많은 지자체가 방문자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앞다퉈 리조트와 호텔 등 대형 숙박시설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역에도 민간이 영남알프스 관광단지라는 대형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 만으론 부족하다.
방문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콘텐츠 개발도 중요하나, 대형 숙박·체험시설 유치 등 지역 관광산업 관련 부족한 영양소부터 채워가는 관광정책의 방향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정우식 울산 울주군의회 경제건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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