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공업도시 60주년을 문화도시 원년(元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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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공업도시 60주년을 문화도시 원년(元年)으로
  • 경상일보
  • 승인 2022.11.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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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배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 문학박사

울산은 오는 12월 초 정부의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된 이후 울산시민과 시와 문화재단은 함께 설계된 계획에 따라 문화도시를 실험해 왔고 이제 그 결실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왜 울산이 문화도시로 지정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두 가지 점에서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의 법정 문화도시 지정은 울산이 그동안 국가발전을 위해 치른 희생에 대한 보상이자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다. 울산은 산업수도 혹은 ‘부자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1인당 지역총생산이 부동의 전국 1위였으니 당연한 듯하다.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 보면 그런 명칭에 동의하기 쉽지 않다. 지역총생산은 전국 9위이고(경기와 서울은 울산의 7배와 6배), 1인당 개인소득은 2356만원으로 서울에 이어 2위지만 전국 평균 2120만원과 별로 차이가 없으며, 가계총소비 역외 순유출은 무려 50%로 전국 1위다. 총예산 규모는 약 4조4000억 원(2022년 기준)으로 17개 시도 중 뒤에서 3번째다.

이러한 통계수치는 부자도시 울산이 실은 ‘허상’이며 여전히 ‘일만하는’ 도시라는 주장에 무게를 실어준다. 오늘날 부자도시란 소득 수준만이 아니라 자연환경, 교육, 문화예술, 무엇보다 시민의 가치관과 태도의 품격 등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울산에게 국가는 시혜자이며 동시에 가해자였다. 산업화 과정에서 울산의 전통적 삶의 터전은 파괴되고 공동체는 해체되었다. 공단이 들어서고 공업용수를 확보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에 따른 내부 이주민의 고통과 설움은 지금까지도 외상적 상처로 남아있다. “오늘의 울산이 있기까지 실향민의 희생이 컸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주변 얘기는 그 점을 짚은 것이다. 이제 정부와 울산시민 모두가 울산의 묵은 상처들을 함께 치유하고 포용해야 할 때가 되었다.

울산이 부자도시라는 긍정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특히 교육과 문화 인프라에서 빈곤한 도시로 남겨진 일차적 책임은 국가에 있다. 정부의 법정 문화도시 지정은 울산이 균형 있고 풍요로운 문화도시로 발전하는데 늦었지만 의미 있는 보상이 될 것이다.

둘째, 울산은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문화도시로의 발전을 위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해 왔다. 울산은 문화도시로의 길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인 풍부한 자연적·역사적 자원과 다채로운 산업노동문화를 갖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노동문화와 예술의 시원이며, 태화강 국가정원은 전통 속 대동의 꿈을 푸르게 계승하고, 처용은 차이를 다름으로 포용하고, 쇠부리 불꽃은 산업문화에 숨결을 불어넣었고,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역동적인 현대적 산업노동문화는 울산만의 문화적 정체성 형성의 동력이 되고 있다.

울산은 지난 1년 동안 예비 문화도시 계획에 따라 품격 있고 따듯한 문화도시로의 길을 실험했다. 217개 시민 및 문화예술단체의 문화예술인 345명, 기획자 92명, 관계기관 43개 등 총 3만8660명이 참여했다. 사업의 공론화와 시민의견 수렴을 위한 28회 포럼 및 간담회, 지역사회 곳곳에 문화의 손길이 닿게 할 53명 전문인력양성, 창의성에 기반을 둔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56개 교육프로그램, 문화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194개 문화프로그램, 시민의 일상 속에 문화거점을 조성하는 174개 문화시설 연계 사업 등을 추진했다. 5개 구·군의 특색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울산광역시만의 특유한 문화도시 활동을 실천해 온 것이다.

‘미래가 현재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과거를 배워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견한다는 역사의 교훈에 익숙한 터라 생뚱맞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이란 과거에 대한 이해와 미래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재구성되기 마련이다. 어떤 미래를 꿈꾸느냐에 따라 현재의 모든 자원, 가치, 제도의 성격은 물론 그것의 가용성 또한 달라진다는 의미다.

울산은 전통사회와 공업도시를 거쳐 문화도시의 시대를 맞고 있다.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계기로, ‘공업도시 60주년을 문화도시 원년으로’ 만들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김정배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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