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백년 역사를 지켜내는 일, 우리 모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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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백년 역사를 지켜내는 일, 우리 모두의 몫
  • 경상일보
  • 승인 2022.11.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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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혜순 울산 중구의회 의장

흔히 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만 이야기 하는 사람에게도 미래가 없긴 마찬가지다. 결국 역사는 현재를 슬기롭게 살아가는데 지침서가 되고 이를 토대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셈이다. 그래서 선조들이 남긴 역사를 소중히 간직하고 보존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도시화와 산업화라는 미명 아래 수없이 반복돼 왔던 개발과정에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혹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명목으로 크고 작은 우리 주변의 역사적 산물을 너무도 손쉽게 지워버리는 우를 범해왔다. 최근 우리 중구에서 이러한 실수를 또 다시 반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중구 북정동에 위치한 삼일회관은 울산의 근현대사 100년이 고스란히 담긴 몇 안 되는 소중한 역사적 산물이다. 삼일회관은 일제강점기였던 1921년 울산청년회관으로 건립되어 독립운동과 사회·여성·노동·교육 운동의 요체로 자리매김해 왔다.

당시 울산청년회관이 자리한 곳은 울산읍성 객사터가 발굴된 옛 울산초등학교와, 울산군청, 울산법원, 울산경찰서(현재 울산시립미술관 자리) 등이 모인 행정과 교육의 중심지였다. 일제의 지방통치기관이 한데 모인 그 중심에 울산청년회관이 자리 잡아 지역 청년들을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울산의 항일운동을 상징하는 공간적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무엇보다 삼일회관은 울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벌어졌던 1919년 3·1만세운동 직후 청년회가 조직되면서 항일운동의 정신을 잇기 위한 장소로 이용됐고 엄혹했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울산사람들이 찾는 사회·문화의 중심축으로 활용돼왔다. 지역 향토사학자들의 연구와 증언에 따르면 삼일회관은 울산 전체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자리 잡은 최신식 건물로 일제 치하의 질곡 속에 살았던 당시 울산사람들의 울분을 달래는 장소이자 아이들에게는 성장의 요람으로 제 역할을 해낸 자랑스러운 울산역사의 상징적 장소였다.

삼일회관은 해방 직후 울산건국청년단사무실로 이용돼오다 한국전쟁 기간에는 미군 통신실로, 이어 울산초등학교가 육군병원으로 사용된 기간에는 학생을 위한 임시 교실로 운영되는 등 근대사에서 수많은 부침의 과정을 거쳐 왔다. 삼일회관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71년 기업 후원과 시민 성금으로 재건축이 이뤄지면서 부터다. 이후 삼일회관은 1970~1980년대 시민대학으로 운영되며 명사초청 강연회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지역문화를 전도하는 기능을 하는 등 말 그대로 역사문화의 텃밭 같은 역할을 해왔다.

이처럼 울산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아왔던 삼일회관이 북정동과 교동 일원 재개발예정구역(B-04구역)에 포함, 자칫 철거될 위기에 빠지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지역주민들에게 쾌적한 정주환경을 만들어 주는 재개발사업은 분명 제대로, 그리고 하루빨리 추진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역사와 문화, 즉 우리 지역사회의 오늘을 지탱해 왔던 소중한 뿌리를 훼손하는 일은 최소화해야 한다.

삼일회관이 역사적 의의를 갖는 이유는 그 속에 우리 울산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삼일회관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많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갈 공간적 가치가 숨어있다. 삼일회관은 인근에 위치한 울산시립미술관과의 연계를 통해 문예교육의 장으로 활용해 나갈 가치가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지금 복원사업이 추진 중인 울산객사터, 동헌 등과 연계시켜 울산의 역사적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울산의 문화예술 거점지역으로서 우리 원도심 자체가 가진 경쟁력에 있어서 역사적 산물이자 산실인 삼일회관은 그 활용도가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 단순히 지금 우리 앞에 남겨진 건물이 당장 눈에 보이게 문화재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외면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비록 짧은 역사이고 그 자체로 매력적인 문화재는 아닐지언정, 지난 100년간 삼일회관을 오가며 울산의 역사와 중구의 문화를 지켜내고 간직해 온 이들의 목소리에도 한번쯤 더 귀를 기울이며 철거만이 능사가 아닌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결국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닐까.

강혜순 울산 중구의회 의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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