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광역시로 승격한 뒤 인구가 120만으로 증가추세에 있을 때도 도심 확장에 그다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경기침체와 더불어 일자리가 줄어들자 인구가 빠져나가는 도시가 되고 말았다. 부산이 동부산개발을 통해 도시를 크게 확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울산도 ‘2035년 도시기본계획’을 새로 수립해 1도심이 아닌 2도심으로 도시체계의 변화를 통한 도시확장을 시작했다. 남구 삼산동을 1도심으로 하고 KTX역을 중심으로 한 언양일대를 또 하나의 도심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울산의 미래가 KTX역세권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울산역이 개통한지 12년이나 됐지만 울산시민들의 KTX이용률만 높아졌을 뿐, 주변환경은 제자리걸음이나 다름없다. KTX이용자들은 예나지금이나 똑같이 주차전쟁을 치른다. 복합특화단지 조성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태화강으로 흘러드는 남천은 흔하디흔한 산책길 하나 조성되지 않은 옛날 그대로이다. 남천 옆으로 예정된 공원 조성도 언제 시작할지 알 수가 없다. 남천의 북쪽으로는 오래된 주택들이 난민촌처럼 자리하고 있다. 명실상부 울산광역시의 관문이건만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
울산시의 뒷북 도시계획도 문제이지만, 롯데의 복합환승센터 건립 지연도 KTX울산역 일대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롯데가 KTX울산역에 복합환승센터를 건립하기로 하고 부지를 매입한 것이 2015년이다. 수차례 계획변경을 시도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난해 7월에야 비로소 2단계 사업부지에 1000면 가량의 대체 주차장 조성으로 복합환승센터 착공에 들어갔으나 또다시 답보상태다. 주차장 공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부지면적 7만5304㎡, 연면적 16만7360㎡)의 쇼핑·문화시설을 2025년까지 준공하겠다고 했다. 이 중 1단계 시설은 2023년 말 완공해 2024년 초 개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지금 공정률은 3% 수준이다.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영여건 변화와 은행금리 인상 등을 이유로 미적대고 있는 게 분명하다.
울산은 롯데 창업주 고 신격호 회장의 고향이다. 지난 1일 열린 세계한상대회에서 신격호 회장을 부각시키고 신동빈 회장을 초청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날 김두겸 시장은 신회장에게 조속한 사업 추진을 당부했다고 한다. 롯데가 계속적으로 고향 울산에 인색한 기업으로 남을 것인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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