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이 9조원 규모의 ‘샤힌(shaheen)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하며 종합석유화학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에쓰오일의 이같은 공격적인 투자는 최근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이 불황의 늪에 빠진 가운데 발표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특히 울산은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단지가 위치해 있는 곳이어서 이번 에쓰오일의 대규모 투자가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을 견인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에쓰오일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샤힌 프로젝트 최종투자결정(FID)을 의결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사회는 이날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석유화학 ‘스팀 크래커’를 구축해 석유화학 비중을 생산물량 기준 현재의 두 배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공정의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를 말한다. 샤힌 프로젝트 공사는 2023년 시작해 2026년 완공 예정이다. 에쓰오일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한국 내 투자 중 사상 최대 규모다.
울산의 석유화학 기업들은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외 수요가 위축되자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한동안 이어진 고환율 상황의 여파로 기존 계획보다 투자 비용이 늘어난데다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울산 고무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롯데케미칼은 올 들어 울산공장 메타자일렌과 파라자일렌 생산라인 2개를 멈췄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불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에서는 ‘돌릴수록 손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쓰오일의 전격적인 투자는 울산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이번 투자가 이뤄지면 공장 건설 기간 동안 하루 최대 1만7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3조원 이상의 울산지역 건설업계 활성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다 에쓰오일 같은 대규모 석유화학기업이 울산지역에 공장 증설을 계속하면 연관 산업이 발달할 수 밖에 없다.
이번 투자 결정은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한 시기에 맞춰 이뤄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대주주다. 아람코는 자회사인 아람코 오버시즈 컴퍼니(AOC)를 통해 에쓰오일 지분 63.4%를 보유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번 투자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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