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처음 시작은 어렵고,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동업’이란 걸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참 묘한 것이 있다. 그 동업으로 시작한 사업이 잘 되어 성장하면 싸움이 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잘되니 조금만 더 서로 마음 맞추면 더 크게 될 터인데, 아쉽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자중지란으로 멈추게 된다. 변호사일을 하다보니 이런 경우를 자주 본다. 욕심이 과해서 생긴 일이겠지만, 당사자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내가 아니라 상대가 욕심을 내었다.’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생어해(恩生於害), 해생어은(害生於恩)’ 아무리 은혜로운 관계라도 자칫 해로움이 생길 수 있고, 당장은 해로운 관계라도 마음과 몸을 잘 쓰면 은혜로움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이 혼자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내기는 참 어렵다. 잘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모자란 부분도 반드시 있을 것이고, 백지장도 같이 들면 낫다는 말처럼 혼자일 때 불가능했던 일도 함께하면 가능해지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 성공을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모두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사람을 귀하게 여겼고 함께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처럼 알 수 없고 욕심 가득한 것도 없기에 함께 힘을 합쳐 노력하면서도 늘 조심스러운 것이 또 사람이다. 오죽하면 ‘죽을 때 믿을 수 있는 친구 세명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 하겠는가. 또, 절대 ‘동업만큼은 하지마라’가 가훈인 집도 자주 있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면 안된다’는 말도 살아보면 빈 말이 아니라 생각든다.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는 인연을 만날 때, 처음 만남도 소중하지만 관계를 지켜가는 것은 그 보다 수천 배는 더 어렵다. 귀한 관계였지만 파탄에 이를 때 사람들은 ‘나는 잘했는데 상대가 욕심으로 관계를 파탄냈다’며 상대를 탓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대방 잘못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를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니 상대를 탓하는 것은 그저 부질없는 짓이다. 우선 내 마음부터 다잡아서 남이 관계를 파탄낼지언정 내가 관계를 파탄내지는 않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
시기병과 욕심병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보다 일이 잘 되어 이익이 보일 때 더 쉽게 일어난다. 일이 잘 되어 이익이 눈에 보이면 그 잘된 일이 함께한 사람 덕분임을 알고 감사해야 하는데, 그 이익에 욕심이 나면 스스로에게 ‘동료는 한 것이 없고, 내가 다 노력해서 이 정도가 된 것이다’는 자기최면을 걸어버리며 욕심병이 일어난다. 이 욕심병을 동료들이 모두 각 자 내어 버리면 그야 말로 ‘이전투구(泥田鬪狗)’의 현장이 된다. ‘진정한 성공은 성공의 이익을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경쟁자들 까지도 함께 성공의 이익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격자는 드물다. 사람 마음은 욕심병이 들기 쉽다보니 동업을 할 때 또 사람과 무엇을 함께 도모할 때 최소한의 준비는 필요하다. 그 것은 역설적이지만 ‘헤어질 준비’다. 필자가 생각하는 최악의 동업계약은 ‘너무 잘 만들어져서 서로 헤어질 수 없는 동업계약’이다. 만날 때 아름다운 날만 생각하며 헤어질 준비가 전혀 없었기에 원치 않는 동업 청산의 시점이 되면 둘 중 하나는 죽어야끝나는 러시안룰렛처럼 되어버린다.
반면에, 가장 좋은 동업계약은 ‘동업계약서부터 헤어지는 방법과 절차 그리고 기준이 잘 정리되어 있는 계약’이다. 한 쪽이 의리를 저버리거나 또는 욕심에 마음이 흔들리거나 또는 세상풍파로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하더라도 방법과 절차 그리고 기준이 잘 정리되어 있으니 그대로만 하면 서로 얼굴 붉힐 필요가 없다. 그저 ‘함께 해서 고마웠다. 잘 살아라. 나도 잘 살겠다’하며 굿바이 하면 된다.
‘군자는 좋을 때 어려움을 생각하고, 어려울 때 좋음을 생각한다’고 했는데, 사람관계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함께 도모한다면 진정한 인격자와 함께 해야 하고, 그 것에 확신이 없다면(아마 대부분 이 경우일 것이다)정리하는 법부터 잘 배우기를 권한다.
김상욱 법무법인 더정성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