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색채상표, 색을 찜하다. 당신의 컬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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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색채상표, 색을 찜하다. 당신의 컬러는
  • 경상일보
  • 승인 2022.11.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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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가을이 되어 산과 공원은 온통 울긋불긋 단풍 세상이 되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깊은 파란 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런 색채를 독점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한때 세상에서 가장 검은 검은색이었던 ‘반타블랙(Vantablack)’의 예술계 사용권을 어느 한 작가가 독점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반타블랙의 이 논란은 실제 특정 안료물질의 독점으로서 진정한 색채의 독점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특정의 색을 혼자만 쓰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색채상표라는 것이 최근 매스컴을 탔는데,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상표는 그 표장의 형태만으로 볼 때 문자나 도형상표가 일반적이고 종래부터 색채만의 상표나 색채의 조합만의 상표는 상표등록의 대상에서 배제되었다. 현재는 이 후자의 상표들도 상표등록의 대상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실제 국내 기업이 등록받은 예는 이제껏 없었다. 색채만의 상표는 예컨대 ‘특유의 노란색’을 메모지의 상표로 한다거나 하는 것이고, 색채의 조합만의 상표는 마치 프랑스 국기와 같이 몇 가지 색의 조합만으로 된 표장이 상표로 기능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 최근 기사에 KGC인삼공사가 국내 기업 최초로 색채상표권을 취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상표등록에 이르기까지 3년을 넘겼다고 하니 참으로 어렵게 권리를 취득하게 된 것이다. 홍삼관련 식품에 사용하는 상표로서 색채의 조합은 상단의 적색, 하단의 흑색 및 좌우의 금색테두리로 구성돼 있다. 지정상품의 종류가 달라서 2건의 상표가 되는데, 색채상표로서는 국내 제2호, 제3호 상표가 된다.

한편 국내 색채상표등록 제1호는 ‘하리보’라는 젤리 상품으로 유명한 다국적 기업의 색채상표이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미국에서는 1995년에 금녹색(gold green) 색채만의 상표에 대해 식별력을 인정하는 판결이 최초로 나왔다.

문자나 도형이 색채를 띠는 등 색채를 포함하는 상표의 등록은 1996년부터 인정했으나 색채만의 상표나 색채의 조합만의 상표 즉 협의의 색채상표는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독점의 대상으로 인정하는데 인색했다. 색채만의 상표를 특정인이 독점한다면 결국 나중에는 경쟁업자가 사용할 수 있는 상표가 고갈된다는 등의 여러 이론이 바탕이 되어 상표등록이 인정되지 않다가 2007년에 이르러 비로소 색채만의 상표나 색채의 조합만의 상표에 대해 등록대상으로 인정되게 됐다. 그러나 사용에 의해 누군가의 상표로 식별될 수 있어야만 하는 등 까다로운 요건을 갖추어야만 예외적으로 등록을 허용하는 것으로 이제껏 이를 인정받은 국내 기업의 색채상표가 없었던 것이다.

색채상표 같은 특수한 상표들을 비전형상표라고 하는데, 색채상표 외에도 입체상표, 소리상표, 냄새상표 등이 있다. 입체상표로는 코카콜라 병의 입체형상, 소리상표로는 인텔, 코웨이, 라이나생명 등의 리듬이 들어간 짧은 광고 음이 그 예이고, 냄새상표로는 국내 등록예는 찾아볼 수 없으나 미국에서는 윤활유의 체리향 등이 등록된 예가 있다. 현행 우리나라 상표법은 ‘구성이나 표현방식에 상관없이 상품의 출처(出處)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표시’를 상표등록의 대상이 되는 ‘표장’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번 국내기업의 색채상표등록으로 이제 색채도 상표로서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하게 되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요즘 주위를 돌아보면 사람들의 패션이 천편일률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유행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뒤쳐지기라도 하는 듯, 죄다 10m 거리에서 보면 동일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특히 마스크까지 껴 버리면 더욱 그러하다.

색도 찜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여기서 색은 단순히 자외선의 파장영역만은 아니다. 색을 아이덴티티 내지 개성, 특징으로 해석해볼 수 있으리라. 이제는 자신만의 개성이 필요한 세상이다. 카페를 가면 시그니쳐 메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이 없는 카페는 그냥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 가게일 뿐이다.

자신만의 컬러를 갖자. 이제 묻는다. 당신의 컬러는 무엇인가?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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