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인의 기후와 환경(11)]종종 빗나갈 수밖에 없는 계절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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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인의 기후와 환경(11)]종종 빗나갈 수밖에 없는 계절예측
  • 경상일보
  • 승인 2022.11.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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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인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폭염연구센터장

늦은 가을 유난히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계절이 역주행하고 있다. 추워야 팔리는 오리털 외투가 팔리지 않아 의류 업계는 울상이다. 지난 여름철부터 많은 돈을 투자해 기획한 겨울 신상품에다가 업계 최고 몸값의 모델들까지 고용하며 광고에 집중했는데, 더운 날씨 때문에 안 팔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매출 적기를 놓쳐 할인 판매를 해야 하니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반면, 야외활동이 증가하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은 캠핑용품과 삼겹살, 맥주 판매가 늘어 너무 좋아한다. 이렇듯 날씨는 소소한 불편을 넘어 우리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날씨가 복병이라고, ‘이걸 미리 알았으면 큰 돈 벌텐데’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

다가올 계절의 날씨를 미리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가? 전문가들은 이것을 계절예측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오늘부터 다가오는 날씨를 시시각각 예측하는 날씨 예측과는 차이가 있으며,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50년 후, 100년 후 기후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와는 또 다르다.

즉, 앞으로 다가올 기온이나 강수량 등의 정보를 얼마만큼 일찍 예측을 시도하느냐에 대한 분류이다. 하지만, 예측 방법은 수치모델링이라는 기법에서 대동소이하다. 수치모델링은 대기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미분방정식들을 이용하여 숫자로 표현하며, 시간에 따라 적분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방정식들은 손으로 풀 수는 없다. 컴퓨터가 발명되기 전에 직접 여러 사람이 모여서 계산하려고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실패로 끝났다. 복잡하고 계산 비용이 많이 들어서 고성능의 수퍼컴퓨터들을 이용해야 한다.

▲ 에드워드 로렌츠(왼쪽) MIT 교수와 반올림 차이에 따른 예측의 차이를 나타내는 그래프(오른쪽).
▲ 에드워드 로렌츠(왼쪽) MIT 교수와 반올림 차이에 따른 예측의 차이를 나타내는 그래프(오른쪽).

모든 예측이 그렇듯 수치모델링 예측에도 필연적으로 오차가 발생한다. 나비효과 혹은 카오스 이론은 일반인들도 교양 수준에서 많이들 이해하고 있다. ‘런던에서 나비가 팔랑거리면 서울에 태풍이 온다.’ MIT 기상학과의 에드워드 로렌츠 교수는 나비효과를 이렇게 표현했는데, 나비효과란 결국 대기의 운동을 지배하는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서 초기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나중에는 완전히 다른 상태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렌츠는 미분방정식을 이용해 날씨를 예측했을 때 초기 입력값을 소수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결과가 다른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아무리 지구 관측망이 촘촘하게 있다고 하더라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기의 초기 상태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초기조건의 미세한 오차는 시간에 따라 점점 커지고 예측시간이 길어질수록 정확성을 급격히 떨어트린다. 여기에 더해 예측에 사용되는 미분방정식들 또한 근사 과정을 포함해 정확하지 않다. 로렌츠의 카오스 이론에 의하면 기상예측은 2주를 넘어 예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내년 정월 대보름에 보름달을 볼 수 있을지, 다음 추석에 비가 와서 여행을 취소해야 할지 예보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 일본이 2017년 기후예측을 위해 도입한 제 3기 지구 시뮬레이터 (Earth Simulator) 슈퍼컴퓨터.
▲ 일본이 2017년 기후예측을 위해 도입한 제 3기 지구 시뮬레이터 (Earth Simulator) 슈퍼컴퓨터.

그렇다면 2주를 넘어 어떻게 다음 계절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가? 이러한 방법은 과학적일까? 이것을 이해하려면 날씨와 기후에 대한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날씨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기의 상태를 말하며, 기후는 일정기간 동안 평균된 날씨의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대륙성 기후라고 해서 한반도가 여름철 내내 고온 다습한 날씨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계절예측은 어느 날 비가 오고, 어느 날 무더위가 올지 날짜별로 대기의 상태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월별 혹은 계절별 평균적인 날씨 상태를 예측하는 것이다. 특히, 계절예측은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는 단순한 계절 변화를 예측하는 수준을 넘어서 평년 (흔히, 과거 계절별 30년 평균 기온 및 강수량)에 비해 얼마나 편차를 보일지를 정량적으로 예측한다. 계절예측은 보다 먼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중간에 개입할 수 있는 여러 변수들을 고려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하다. 서서히 전개되는 열대 태평양의 엘니뇨, 북극의 해빙, 유라시아 대륙의 눈덮임 등이 한반도의 계절 기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날씨예측에 비해 다양하고 복잡한 정보가 더 요구된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 3명 중에는 지구의 복잡한 기후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넓힌 마나베와 하셀만 교수가 포함됐다.

미래를 정확히 알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영원한 꿈이다. 다가올 날씨와 기후를 정확히 예측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과학사에서 항상 최고의 집단 지성과 수퍼컴퓨터나 인공위성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무한한 도전의 역사였다. 올 겨울 라니냐와 북극해빙 감소로 평년보다 춥고 건조할 수 있지만, 최근의 기후변화로 인해 온난한 겨울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예측기술은 첨단이지만 아직까지는 주가예측이나 부동산 예측만큼 종종 빗나가는 것이 계절예측의 현실이다.

이명인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폭염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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