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대형 산란계 농장에서 AI 양성 판정이 나왔다. 울산시는 최종 검사에서도 양성 판정이 나올 경우 이 농장의 산란계를 모두 살처분하기로 했다. 울주군 삼동면 하잠리에 있는 이 농장은 산란계 6만4600마리를 사육하는 곳으로, 12만여 마리를 기르는 울주군 두서면 농장에 이어 울산에서는 두번째 규모의 산란계 농장이다.
고병원성 AI의 확산은 울산 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전남 나주시 산란계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 H5형 항원이 확인됐다. 이 농장의 항원이 고병원성 AI로 확인되면 지난달 17일 올 가을 들어 가금농장에서 첫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나온 이후 24번째가 된다. 알을 낳는 산란계 농장으로는 6번째 확진이다.
이처럼 AI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자 계란값이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산란계 살처분 마리 수가 많지 않지만 확산세가 가팔라지면 2년 전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20~2021년 겨울, 전국적으로 고병원성 AI가 대규모로 확산되면서 1700여만 마리의 산란계를 살처분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당시 계란 한판의 가격이 1만원을 넘어서는 등 대란이 빚어졌다.
계란 가격이 급등하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계란은 빵 등 다양한 식품조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계란 가격이 뛰면 전체적인 식품물가까지 덩달아 오르게 되는 것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고물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소위 말하는 ‘에그플레이션’(egg+inflation)까지 덮치면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고달파질 것이 뻔하다. 아직까지 울산에서는 육계농장으로 AI가 전염되지는 않았지만 만일 닭고기 대란으로 이어질 경우 피해는 음식점 등으로 급속히 번질 가능성이 높다.
고병원성 AI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 따르면 아시아와 유럽, 북중미, 아프리카 41개국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됐다. 유럽은 올해 들어 가금류 5000만마리를 살처분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울산시는 현재 AI가 발견된 농장의 반경 10㎞내 617개 농장 19만3000마리에 대해 이동제한 명령을 내린 상태다. 초동방역팀을 현장에 투입해 출입금지, 방역대 설정 등 선제적인 방역조치를 실시했다. 그럼에도 이미 AI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AI를 차단하는 방법은 철통같은 방역 뿐이다. 가금농가와 방역당국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방역에 힘쓸 때만 확산세를 차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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