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기도 평택 제빵공장에서의 끼임 사고, 안성 물류창고 붕괴, 오봉역 철도 노동자 사고 등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 법이 시행되었지만, 9월말까지 산재 사망사고는 483건이 일어나 510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인(억) 이상 사업장의 산재 사망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9건이 늘었고, 사망자 수는 24명이나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울산지역에서도 4월과 5월 그리고 10월에 발생한 화학공장 폭발사고 등을 포함해 지금까지 16명의 노동자가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명이 증가하였고, 사고의 발생형태도 추락, 끼임과 화재·폭발 등 다양하다.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을 강력히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중대재해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추락과 끼임 등 우리의 경제·기술 수준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재래형 사고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왜 일까? 법 시행 초기인 점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안전, 현장과 괴리된 서류작업에만 매몰된 안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지금까지 검찰의 기소 사례는 4건이다. 이중 3건은 하청 노동자 사망, 나머지 1건은 유해물질 중독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 발생으로 모두 사업장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사업주가 반드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검찰은 공통적으로 이들 사업장의 대표들이 법에서 규정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혐의로 기소를 했다. 다시 말하면 사업주의 ‘안전보건관리체계’ 즉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 여부에 따라 검찰의 기소가 갈렸던 것이다.
산업현장에서는 늘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논리가 작용하게 마련이다. 가령 노동자가 현장에서 뭔가를 결정해야 할 순간이 왔다고 해보자. 한쪽에서는 일을 빨리 하라는 압력을 주고, 다른 한쪽에서는 안전을 챙겨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결정적인 순간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조직의 문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노동자의 결정에 조직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산업현장의 안전은 개인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다. 결국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이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안전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사고는 날 수 있다. 세상 모든 경우의 수를 전부 고려하고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허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원인을 근로자의 부주의나 설비 탓으로 돌리면 사고는 다시 나기 마련이다. 기계는 고장 날 수 있고 사람은 실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안전경영에 대한 확고한 리더십을 가지고 현장의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안전에 대한 리더십과 행동이 근로자의 안전실천과 함께 할 때 비로소 우리 사업장의 안전과 노동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전상헌 안전보건공단 울산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