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되자 곧바로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화물차운수사업법 14조는 국토부 장관이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으로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가장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500여명이다. 관련 운수사는 209곳이다. 총파업으로 시멘트 출고량이 평소보다 90~95% 감소하면서 전국 912개 건설 현장 중 56%인 508곳에서 공사가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을 ‘노동자 계엄령’으로 규정하고, ‘삭발투쟁’으로 맞섰다. 민주노총은 “파국으로 가는 결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이번 주 지하철·철도노조도 파업에 가세하기로 하는 등 노동계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2004년 도입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업무개시명령을 사상 처음 발동하면서 노정관계가 ‘강대강’ 국면으로 악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노정관계 악화는 예견됐던 일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주52시간제 유연화’와 ‘연공급제(호봉제)의 직무·성과급제 전환’을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노정관계의 긴장감이 더해지는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이 터지면서 정부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란 짐작은 어렵지 않았다. 노사문제에서도 법과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협상엔 최선을 다해야 한다. 파업이후 28일 첫 협상이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1시간50분만에 끝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미 양측 입장이 모두 노출된 데다 한시가 급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측 모두 성과를 낼 때까지는 자리를 뜨지 않겠다는 각오가 필요했다.
업무개시명령과는 별개로 협상은 계속돼야 한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2차 협상도 양측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견지한다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민노총 총파업으로 확대되고, 나아가 정치적 혼란으로 이어질 것은 뻔하다. 국민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뿐 아니라 국내외 경제악화도 가중돼 더 큰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편 가르기에 앞장서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지금은 2차 협상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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