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주요 사망 원인 중 2위와 4위가 각각 심혈관과 뇌혈관질환이다. 그중 갑자기 발생해 빠른 대처가 필요한 심뇌혈관질환인 급성심근경색과 뇌졸중의 경우, 울산에서 대처가 가능한 심뇌혈관 인증 병원은 울산대병원, 동강병원, 그리고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까지 총 3군데로 울산인구를 생각하면 많은 것이 절대 아니다. 중환자 치료환경도 마찬가지로, 중환자실의 환자가 신장 상태가 나빠질 경우 24시간 투석을 통한 신대체 요법(CRRT)이 필요한데 이게 가능한 병원도 현재 딱 3군데다.
왜 이럴까? 장비 및 경험, 손을 맞출 팀들 등 벽이 되는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정말 큰 이유는 의사 수급의 어려움이다. 전국적으로도 쉽지 않지만, 광역시 급으로 분류되는 대도시 중 울산에 특히 두드러지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의료진이 거의 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울산의 의과대학은 울산대학교 의대 단 한군데가 있는데 교육과정 총 6년 중 처음 1년을 제외하면 서울아산병원에서 나머지 5년의 과정이 이뤄진다. 이렇게 5년간 생활한 학생들은 자연스레 서울에 있는 병원들에서 인턴, 레지던트 수련을 희망하고 지원하게 된다. 울산의 종합병원들은 수련병원 지정의 마음이 있더라도 지역의 도움을 받기 힘들어지는 것이고, 전문의의 채용 역시 울산이 아닌 타지역 거주자들 위주로 하게 된다. 지역을 벗어나다 보니 채용시 급여도 상대적으로 올라가게 되고 이들이 묵을 숙소 등 부대적인 사항들도 만만치 않다. 이 역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게 된다.
얼마 전 울산대 의대가 6년의 교육과정을 주로 울산에서 이뤄지도록 개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건 또 역설적으로 울산대 의대 지원율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울산대 의대가 전국적으로 지원율이 높은 것은 아산병원에서 본과 수업을 진행한다는 장점이 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소식을 접한 서울쪽 의료인들은 ‘지원율이 줄어들거다’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속사정을 모르는 그들 입장에선 당연한 반응이다. 참으로 딜레마다. 게다가 이번에 발표한 교육과정 전환을 좀더 살펴보면 울산에서 4년을 보낸 후 여전히 서울에서 마지막 2년 교육과정이 이뤄진다. 아마 지원율과 관련된 우려들을 고려한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렇게 되면 실제로 의대생들이 울산에 돌아오는 비율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어찌보면 울산대 의대같은 사립교육기관의 방향을 지역사회 필요도에 맞춰 제약하는 것은 맞지 않은 일일 수 있다. 울산에 의과대학 및 수련기관이 한 곳 밖에 없고 편중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더욱 근본적 문제일 수 있다.
사실 의료진 수급의 어려움은 울산보다 규모가 더 작은 지역에선 더욱 심하게 겪는 문제다. 울산이 다른 광역시급 도시에 비교했을때 그렇다는 것이지 우리보다 인구가 적고 도심지에서 떨어진 지역일수록 이런 문제는 더욱 심해진다. 이른바 의료취약지로 불리는데, 여전히 그 지역에서도 사람들은 질병을 겪게 되므로 사회전반적인 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몇몇 방안들이 제시되었으나 실질적인 효과를 본 것은 드물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의료취약지의 취약 정도를 평가해서 그 지역의 기본적인 수가를 조정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필자 같은 일개 병원 운영자가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울산의 문제도 아니다. 딱 시선을 끊고 지금 이 시간, 이 곳에서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집중하는게 현실적인 자세일 것일 것이지만, 아쉬움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역시 사람의 마음인 듯 하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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