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MZ세대의 직업관과 조용한 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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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CEO포럼]MZ세대의 직업관과 조용한 사직
  • 경상일보
  • 승인 2022.12.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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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용선 우주특수산업 대표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3기

1955~1960년대에 태어났던 베이비붐 세대는 빈곤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기에 직업이란 오로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었다. 그래서 적성이나 흥미보다는 수입과 안정성이 직업 선택의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1970년대생인 X세대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소비하고 적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대학을 졸업할 무렵 갑작스럽게 닥친 IMF외환위기 사태는 그들을 생계유지를 위한 직업 선택으로 내몰면서 안정성을 먼저 찾게 했다. 당시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의 직업관의 차이에 대한 통계청 조사 결과(2021년 기준)에서도 베이비붐 세대인 50대의 69%, 60대의 67%, X세대인 40대의 64%가 수입과 안정성을 직업 선택의 최우선 요인으로 꼽았다.

자유를 중시하는 MZ세대라고 그런 의무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직업과 회사가 가지는 의미는 기성세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MZ세대들이 평생직장을 구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시대가 변하고, 그들의 가치관이 변해서만은 아니다.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다녔지만 늘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고 야근에 시달리는가 하면 50세가 갓 넘어서면서부터 퇴직의 위협을 느껴야만 했고 막상 퇴직 후에는 취미생활 하나 없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부모의 모습은 평생직장에 대한 신뢰감을 잃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물론, MZ세대들 또한 직업관에 있어 안정성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우선순위에는 확실히 뒤쳐진 것이 사실이다. 안정된 직장의 대명사인 국가직 공무원의 선호도만 봐도 그렇다. 2011년 최대를 기록한 국가직 공무원 경쟁률은 그 이후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해 2019년 이후 급락했고, 2022년에는 최근 3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경직되고 반복적인 업무, 규정과 관례에 얽매여야 하는 공무원은 점점 기피 직종이 됐다. 안정성 있는 직장으로 꼽히던 대기업도 미래를 위한 스펙과 경험을 쌓기 위한 과정은 될지언정 평생직장으로 다닐 생각을 하는 이들은 거의 없어졌다. 오히려 IT강국 대한민국에서 성장가능성이 큰 스타트업 기업과 자유로운 근무 분위기와 복지 혜택, 수평적이고 자기 계발에 효과적인 기업 문화를 가진 외국계 기업에 도전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금도, 미래에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저녁과 여가와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워라벨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직업관을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직업연구원이 조사한 삶의 영역 중요도에서 1위는 가족생활, 2위는 일, 3위는 여가생활로 조사되었으나 20대의 조사결과에서는 여가생활이 1위로 가장 중요하다고 했고, 일이 3위로 바뀌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같은 MZ세대의 의식을 반영하는 것이 ‘조용한 사직’이다. ‘조용한 사직’이란 퇴사는 하지 않지만 일은 내가 받는 월급만큼만 하겠다는 의미로 생겨난 신조어인데, 이와 관련해 ‘무책임하다’라는 의견과 ‘현명한 태도’라는 의견이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회사에서 신규 프로젝트가 새롭게 시작돼 업무가 늘어나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직장인의 입장에서는 월급이 더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일만 늘어나게 된다는 생각을 하고, 고용자의 입장에서는 신규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열정을 보여줘서 회사를 더 성장시킨 후에 월급을 논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느냐는 의견일 것이다.

어느 쪽의 의견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기성세대와 MZ세대간의 직업관에 대한 충돌로 이같은 이슈가 생겨나는 것이고 어느 한쪽의 양보가 없다면 이는 개인적인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 저하와 사회적인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기업은 ‘조용한 사직’의 분위기가 왜 우리 기업에서 나왔는지를 검토하고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통해 동기부여를 하고 많은 대화를 통해 고충을 듣고 해결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모든 일에는 일방적인 것은 없다. 불균형적인 거래안에서는 균형을 맞추기에 위해 다른 현상이 생겨나기 마련인데 그 결과 ‘조용한 사직’에 이어 ‘조용한 해고’라는 신조어가 또 나오고 있다. 균형을 맞추는 일이 점점 서로를 힘들고 괴롭게 하기 보다는 서로의 직업관이 다름을 인정하고 해결해 나가려는 활동이 중요하다.

백용선 우주특수산업 대표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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