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면주칼럼]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상태바
[신면주칼럼]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12.06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면주 변호사

일본이 전차군단 독일과 무적함대 스페인을 잠재우고 조 1위로 2회 연속 16강 진출이 확정되던 날. 우리는 우루과이와 가나에 1무1패를 기록하여 메시와 함께 축구의 양대 신으로 불리는 호날두가 포진한 포르투갈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언제나 열패감에 기인하는 ‘배 아픈 사촌’의 반감이 앞서지만 그래도 축구만은 한 수 위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마저 위태롭게 됐다. 떨떠름한 칭찬을 할 수 밖에 없는 일본의 조용한 약진이 얄밉고 또 두려웠다.

60년대 펠레의 맞수 흑표범 에우제비우의 전설이 살아 있는 강팀 포르투갈과의 일전은 ‘공은 둥글다’는 말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다만 포르투갈은 이미 2승을 확보하여 16강 진출을 확정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느슨한 상태이고, 벤투 감독의 모국이 포르투갈이라는 점이 약간의 위안이 됐다.

결과는 1993년 도하에서 일본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좌절시킨 인저리 타임의 기적이 재현됐다. 수많은 경우의 수 톱니바퀴가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아귀맞춤하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기적의 장면은 1대1 상황 후반 46분 인저리 타임에 5명의 수비수를 농락한 손흥민의 가랑이 사이 패스와 약 80m를 쇄도하여 골로 연결한 황희찬의 슛으로 이루어졌다. 가나전에서 조규성의 2골이 다득점 승리의 숨은 공로자가 되어 우루과이를 집으로 보내는 순간이었다.

통상 축구는 단순 과격한 젊은이들의 운동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실은 수많은 개인 기술과 전술, 복잡하고 정교한 룰에 기초하여 운영된다. 생활 축구팀 중에는 60대에서 80대까지의 실버팀이 허다하다. 수많은 룰 중에 축구의 정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오프사이드(off side) 룰이다.

오프 사이드 룰은 한마디로 최종 수비수 뒤쪽에 숨어 있다가 날아오는 볼을 잡아 플레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속말로 뒤통수치기 없기이다. 상대의 최종 수비라인 앞쪽을 온 사이더, 뒤쪽을 오프사이드 지역이라고 하는 데에서 나온 말이다. 이 룰은 키 큰 공격수들을 상대 골대 앞에 밀집시켜놓고 높은 로빙패스를 계속하는 졸렬한 ‘뻥 축구’를 피하고, 상대의 최전방 수비 라인이 보는 앞에서 드리블과 패스 등의 전술로 돌파하라는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의 표현이다.

공격수의 위치가 최종 수비수 보다 뒤쪽인지 여부는 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오심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오심을 방지하기 위하여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부터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을 도입했지만 확인 과정이 길어 경기가 지연되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인공지능(AI)이 전광판에 오프사이드 판독 결과를 즉시 알려주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방식을 채택했다. 정정당당함을 구현하고자 하는 축구의 정신이 첨단 전자 기술과 결합한 것이다. 잘 보면 황희찬도 거의 최종 수비수와 동일한 선상에서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오프사이드 반칙을 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처럼 국민들의 마음이 한곳으로 모아진 월드컵 주간에 화물연대 파업사태라는 오프 사이더 반칙이 저질러지고 있다. IMF 이후 가장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노사정이 서로 어깨를 걸고 격려하며 불황의 수비라인을 돌파하여야 함에도 전 산업을 파업의 궁지로 몰고 가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못한 플레이이다. 또 하나 찜찜한 것은 이란 선수들의 향방이다. 이란 선수들은 영국과의 첫 경기에서 여성 히잡 착용 여부를 둘러싼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여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 외신은 귀국한 이란 선수들이 투옥이나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월드컵 열기에 숨어 이란 정부가 심각한 오프사이드 반칙을 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떠밀리듯이 또 한 해가 저물고 벽에는 한 장의 달력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용을 쓰고 있다. 가을이 좀 긴가 싶더니 여지없이 겨울이 찾아오고 가슴에는 회한이 밀려오는 계절이다. 인저리 타임의 기적이 각자의 일상에서도 일어나기를 기대하며 양키즈 요기 베라 감독의 ‘It ain’t over it’s over’라는 말로 2022년과 이별하자.

신면주 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