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논설실:뉴스 톺아보기]되살아난 공업축제, 울산 문화자산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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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논설실:뉴스 톺아보기]되살아난 공업축제, 울산 문화자산 될까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3.02.10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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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공업축제 포스터.

새로운 축제가 예정돼 있습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처용문화제를 대신한 새로운 울산의 대표축제를 올해 6월에 개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울산의 영광을 상징하는 공업축제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의도가 담긴 변화입니다. 수십년동안 변화를 거듭해왔음에도 여전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울산축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더듬어봅니다.



-울산시는 왜 새로운 축제를 만들려고 하나.

“오래 전부터 울산의 대표축제라고 할 수 있는 처용문화제에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명칭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을 뿐 아니라 명칭의 상징성과 콘텐츠의 부합도를 두고도 이견이 많았습니다. 몇차례의 변화가 있긴 했으나 여전히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두겸 시장은 문화적 코드인 처용문화제라는 이름 보다는 차라리 경제적 코드인 공업축제가 울산의 정체성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축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자체 축제의 필요성은.

“우리나라의 축제는 1990년 중반부터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의 문화적 경험이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마침 소득수준의 급성장으로 인해 문화적 욕구도 분출하기 시작한데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지자체의 홍보와 관광수익을 목적으로 앞다투어 축제개발에 나섰습니다. 그 중 함평나비축제, 화천산천어축제, 보령머드축제 등은 관광형 축제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축제가 관광상품으로 떠오르기 전에는 지역주민 화합을 위한 잔치형 축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울산의 공업축제와 처용문화제도 대표적 시민화합형 축제이면서 관광형 축제를 지향했습니다만 성공적이지는 못했습니다.”

-공업축제와 처용문화제는 언제, 어떻게 시작됐나.

“제1회 공업축제는 1967년 4월20일부터 3일동안 열렸습니다. 백일장, 시화전, 음악과 무용 경연대회, 미스공업센터 선발 등 42가지의 행사가 개최됐습니다. 축제나 문화행사가 드물었던 시기라 지역주민들의 호응도 높았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 공업이 공해를 연상시키는 단어가 됐고 민주화 운동으로 학생동원도 어려워지자 동력이 떨어져 1987년 20회 행사로 끝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상승추세인 문화적 욕구는 자연스럽게 분출했습니다. 상공회의소는 근로자들의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터져나온 ‘공단문화’를 엮어 1989년 제1회 공단문화제를 시작했습니다. 1989년 시민의날 행사는 시민대축제로 규모를 키웠습니다. 울산문화원이 처용암 일대에서 지냈던 처용제, 한국예총울산지부 회원발표회 성격의 울산예술제 등이 울산 문화의 저변을 이루게 됐습니다. 1991년 이들 행사를 모두 합쳐 대표축제를 만들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 이름을 처용문화제라고 붙이면서 공업축제의 역사를 보태 제25회로 새출발했습니다. 그 후 공단문화제는 2005년 울산산업문화축제로 이름을 바꾸어 부활했고 울산예술제도 독립적으로 재개됐으나 이름의 저력에 힙입은 처용제만 그대로 유지되면서 콘텐츠의 잦은 변화 속에서도 처용문화제는 2022년 제56회를 기록하는 전통을 갖게 됐습니다.”

-새로운 축제의 명칭은.

“애초에 공업축제라는 옛날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려고 했으나 현재와 미래 울산지역 산업의 범위를 공업에 한정하기 어렵다는 이견에 받아들여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공업·굴뚝·태화 3개의 명칭을 제시해서 1개를 선택하는 식의 주민투표가 진행중입니다. 굴뚝은 제조업 중심의 2차산업을 상징하는 용어로 공업과 같은 의미이지만 울산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단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태화는 태화강을 일컫기도 하고 한자(太和)의 뜻을 그대로 빌려 울산시민 대화합을 위한 축제라는 것에 부합한다고 설명합니다. 투표는 오는 15일까지입니다. 투표결과를 모아 축제추진위가 결정하겠지만 어느 것도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새로운 축제는 관광상품이 아닌 시민들의 화합에 초점이 맞춰지는 건가.

“김두겸 울산시장은 ‘다시 하나 되는 새로운 울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외부 관광객 유치보다는 지역 근로자들과 시민, 기업이 한곳에 모여 신명 나게 한바탕 놀면서 화합을 다지는 행사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주관부서도 문화체육관광국이 아닌 경제국입니다. 시민화합을 위한 축제라고는 합니다만 종합 축제화라는 목표를 들여다보면 온전히 문화·관광형을 도외시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행사들이 계획돼 있나.

“기업자랑 한마당, 근로자 가요제, 국제친선의 밤, 고래바다여행선 야간 운행, 콘서트, 무용제, 사진촬영 대회, 산업발전상 전시, 구·군대항 체육대회, e-스포츠 대회, 드론·로봇대회, 솔라보트 대회, 산업연대기 VR체험, 미래모빌리티 체험, 3D프린팅 체험, 태화강변 먹거리축제, 태화강 야시장, 메타버스 울산관광 등 한해동안 울산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문화행사를 6월1~4일에 모았습니다. 여기에 ‘공업축제’의 대표적 프로그램이었던 퍼레이드를 되살리는 58+58 퍼레이드, 불꽃축제, 개막 퍼포먼스 등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프로그램이 시대정신과 목적에 맞는가.

“백화점식 콘텐츠는 세계적 축제의 흐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초단체를 5개나 갖고 있는 인구 100만이 넘는 광역도시에서 시민화합형 축제가 필요한가라는 근본적 질문도 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축제평가 기준은 관광효과, 지역경제활성화 효과, 경제적 파급력, 축제의 매력도 분석 등입니다. 예산의 효용성과 지속가능성도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류정아 연구원은 ‘축제이론’이라는 책에서 ‘각자의 머릿속에 다양한 생각을 하는 다양한 개인들이 특정한 시공간에서 이뤄지는 말과 행위에 대해서 동일한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축제’라고 했습니다. 시민화합과 관광상품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성공적 축제의 조건이라 하겠습니다.”

▲ 정명숙 논설실장
▲ 정명숙 논설실장

-새로운 축제가 울산의 문화적 자산으로 남을 수 있을까.

“문화가 곧 산업인 시대입니다. 문화산업으로 인정돼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구·군축제를 재점검하고 새로운 문화적 자산도 발굴해서 축제든, 예술행사든, 역사문화든, 울산의 대표문화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규모가 크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시의 품격을 올려주고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만한 문화적 자산을 갖추려면 전문가의 안목을 빌려야 합니다. 문화적 자산이 많을수록 젊은 세대들의 정주의식도 높아집니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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