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겪는 등 회사별로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적 석유화학 사업 비중이 큰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결 영업손실 7584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연간 적자는 2012년 롯데케미칼이 공식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석유화학 제품 증설 물량 증가와 수요 둔화로 첨단소재를 제외한 기초소재, 자회사 롯데케미칼 타이탄, 미국법인 LC USA 등 대부분의 사업부가 적자를 냈다.
LG화학은 지난해 배터리 등 신산업 성장세에 힘입어 처음 연간 매출 50조원을 돌파했으나 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수익성이 감소했다.
작년 연간 영업이익은 2조99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4% 줄었고, 4분기 영업이익은 1913억원으로 74.5% 급감했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은 4분기에 영업손실 1660억원을 기록했다. 업황 부진에 정기보수(TA)와 화물연대 파업도 맞물려 분기 적자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석유화학도 실적이 반토막 났다. 작년 한해 영업이익은 1조1473억원으로 전년보다 52.3% 감소했으며, 4분기 영업이익도 1139억원으로 50.6% 줄었다.
대한유화는 지난해 영업손실 2140억원으로, 적자 전환하면서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오랜 기간 실적악화가 이어졌음에도 부채비율이 20%대에 그치는 등 여전히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도 업황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지만 혹한기를 버틸 체력을 비축해둔 덕분에 동종업체들에 비해 충격이 덜할 전망이다.
이처럼 석유화학업계는 나란히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수치에 따라 기업별로 표정이 조금씩 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배터리,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먹거리 발굴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LG화학은 피해를 최소화해 안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LG화학은 내부적으로 “지난해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전지소재 사업이 확대되며 보다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한화솔루션(16일)의 성적표가 나오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관련한 중요성은 더욱 더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을 앞세워 지역 석유화학업계 가운데 유일하게 호실적 달성이 예상된다.
이처럼 기업들은 기존 석유화학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사업 확대를 통해 사업 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 제품 확대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제고하고, 사업 구조 재편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미래 사업 역량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성장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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