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욱’하지 말고 ‘쿨~’ 하자
상태바
[경상시론]‘욱’하지 말고 ‘쿨~’ 하자
  • 경상일보
  • 승인 2023.02.16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23년 올 해는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태도로 그 바람을 맞을 것인가? 경제적 불황은 계속될 것이기에 외형적 성장보다 내재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트렌드가 될 것 같다. 물질적이고 양적인 풍요보다 섬세한 가치 실현에 의미를 두고 노력하는 변화가 사회에 물결칠 가능성이 높다. 직장문화는 더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영역간의 경계가 희미해 질 것이다. 회사보다 개인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개인주의적 가치가 대세를 이루고 잦은 이직과 프리랜서가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고루한 기업이 되지 않기 위해 회사는 재택근무, 하프데이 등 갈수록 유연한 근무제도를 받아들여 왔다. 이제 근무형태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서도 진화는 계속될 것이다.

수직 전달에서 수평 다채널 방식의 융합적 소통을 해온 조직은 살아남기 위해 ‘오피스빅뱅’ 수준의 변혁이 진행되고 있다. 부서 중심의 획일적 작업보다 프로젝트에 따라 이합집산하고 있다. 영원한 적은 없고 어제의 경쟁상대가 같은 목표 밑에 합쳐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개인이든 팀이든 필요에 의한 이동과 경계의 넘나듦이 자유롭다. 그 기준은 개인의 성장과 효율성이니 MZ세대를 중심으로 좀 더 쿨하게 요구하고 거절하며 개인주의 성향은 심화하고 있다. 과거 쿨~하다는 표현이 유행하며 대세였다. 찌질해 보이지 않으려고 사랑과 헤어짐 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쿨~해보이려는 것은 신세대 중심으로 일탈과 반항의 코드가 되어 왔다. 쿨에 대한 위키피디아 정의는 이렇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안정과 고요함 유지하며 자기조절을 잃지 않고 독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 이 뜻을 음미해보면 뒤떨어지지 않고 감정 소비하지 않으려는 태도이기에 ‘쿨’은 앞으로도 디지털 시대의 개인주의 성향을 대변하는 모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올해에도 미디어는 주류언론보다 유튜브 등 일인 방송이 앞서고 AI 정보력이 더해져서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동안 유튜브 중심으로 스토리 텔링 시대가 공고해져 왔고 아날로그 감성의 회복을 이끌어 왔다. 디지털기술과 아날로그 감성의 ‘디지로그’는 계속될 것이다. 돈이 없는 것보다 스토리가 없는 것이 가난하고 초라한 것이다. 실패했다고 해도 그 사연이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면 유튜버 대박 조회 수가 입증하듯이 그건 성공한 것이다. 메이저에 밀린 마이너라 해도 그 스토리가 하나둘 심금을 울리면 재평가되어 주류가 될 수 있다. 약점이 강점이 되고 영원한 마이너가 없다는 것은 다양성이 존중된다는 것이다. 즉 갈수록 다양성을 존중하며 포용력이 있는 개인, 조직, 흐름이 이제는 대세를 주도하고 성공할 것이다. 마이너라고, 사회적 약자라고, 甲 아닌 乙이라고 배척하는 배타성은 이제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변화 시류에 따라오지 못하는 미숙한 곳이 정치이다. 정치인들이 쿨하지 못하고 가장 찌질하다. 아직도 진영논리에 갇혀 있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며 갈등을 풀려는 용기와 성실성이 부족하다. 국민이 다 보고 있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은 오만한 것이고 국민에 갑질을 하는 것이다. 이들이 지도자라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면서도 내적 성장을 위해 진화하려는 국민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정신 차려야 할 것이다.

올해 자신의 스토리를 무엇으로 할지 구상해보는 것은 타인의 이야기를 구경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작업이다. 우리는 계속 뉴스와 유튜브 등으로 스토리 히어링을 하고 있다. 이제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고 텔링을 하자. 당신의 하루와 한해를 작품으로 만든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자신이 설정한 가치의 구현을 위해 혼자 뼈를 깎는 노력보다는 드러내고 공유하며 더불어 즐겁게 성장하자. 내가 맛있는 뼈대를 만들면 이웃이 살을 붙여줄 것이다. 혼밥, 혼술 하더라도 자신의 하루와 한해가 세상 속에 어떻게 위치하는지 가늠하는 안테나는 꺼두지 말자. 경제불황과 코로나 언컨텍 시대에 상처받고 좌절하는 시간이 많을 것 같다. 그래도 세상과 나에게 ‘욱’하지 말고 ‘쿨~’ 하자.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