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35년 만에 부활한 공업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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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35년 만에 부활한 공업축제
  • 경상일보
  • 승인 2023.02.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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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

‘마쓰리’라고 명명되는 일본의 축제는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지역에 따라 규모와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종교행사에서 유래된 마쓰리는 시대와 세월의 변천을 거쳐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 지역별 고유의 특색을 갖게 됐다.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축제도 있고, 역병 퇴치를 기원하는 축제도 있고, 억울함을 달래는 것에서 시작된 축제도 있다. 마쓰리의 천국인 일본은 마쓰리를 통해 지역 공동체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지역의 특산품을 알려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활용한다.

마쓰리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 주민이 모두 관심을 두고,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몇 년전 일본 여행에서 부족한 2%를 채운 것도 마쓰리를 경험하면서다. 규모는 작고 내용은 단순했지만, 참여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도 스스럼없이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짧은 시간 경험했던 추억이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우리나라도 축제는 차고 넘친다. 크고 작은 축제가 사시사철 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일본의 마쓰리만큼 강렬함을 주는 축제로 각인된 것은 별로 없다.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이다. 가수와 연예인의 초청 공연을 곁들인 간단한 기념식 그리고 음식과 술자리가 주를 이룬다.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킬 프로그램이 전무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주최 및 주관 중심의 동호회 성격으로 변질하는 양상을 보인다. 물론, 주최 및 주관 쪽에서는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지만 결과적으로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는 것은 실패한 셈이다. 우리나라 축제와 달리 일본의 마쓰리가 성공의 역사를 지속해올 수 있는 밑거름은 주민 주도의 지역 밀착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민 주도의 지역 밀착형으로 성공 가도를 달려온 축제가 있었다. 바로 20세기를 대표했던 울산의 공업축제다.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5년 뒤인 1967년 제1회 공업축제의 서막을 열었고, 1987년 제2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공업축제가 열리는 기간 울산은 곳곳이 축제의 용광로였다. TV도 귀한 시절이었기에 마땅히 볼거리, 놀거리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공업축제는 1년에 한 번 마음껏 즐기는 자리였다. 모두가 관심을 기울였고, 모두가 참여했다. 가장행렬은 장관이었다. 기업은 자신들의 주력 상품인 배와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모형을 만들어 선보였으며, 중고등학생들도 저마다 울산의 특색있고 특징적인 주제로 가장행렬의 대열에 합류했다. 끼와 재능이 넘쳤고, 위트와 해학으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공설운동장이 건설된 이후에는 학생들의 매스게임과 카드섹션, 합창이 관중들을 매료시켰으며, 고적대와 취주악대의 퍼레이드와 공연은 흥을 배가시켰다. 운동장에서는 각종 체육 경기가 펼쳐졌으며, 축제 기간 내내 울산은 시가행진과 불꽃놀이, 폭죽 등으로 울산시민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한껏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 공업축제가 소문을 타면서 축제 기간 울산을 찾는 관광객도 꾸준히 늘었다. 공업도시에 걸맞은 공업축제로 울산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제1의 공업도시인 동시에 축제의 도시로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아직도 공업축제를 경험한 세대는 그때의 추억과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구름 인파가 몰려들었던 공업축제를 김두겸 시장이 취임한 직후 35년 만에 부활하기로 한 것은 산업수도 울산에 가장 어울리는 축제이며, 시민 화합과 결속은 물론 울산의 정체성을 대내외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뀐 만큼, 20세기의 감성을 소환하되, 21세기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젊은 친구들도 적극적으로 화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 시가 최근 시민을 대상으로 울산산업문화축제의 명칭을 설문 조사한 결과, ‘공업축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공업축제에 대한 기억과 추억, 향수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35년 만에 부활하는 공업축제가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에 활력과 충전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우리 시는 혼신을 다할 것이다. 축제의 성패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좌우한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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