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연 100권씩 5년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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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연 100권씩 5년째입니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2.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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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경 도산초 교사

연간 100권씩 4년을 읽었고, 올해 5년차에 접어들었으며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일 년에 10권 쯤 읽던 사람이 100권씩 읽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어떤 일이 생기기는 할까요? 500권을 독파 한다면 무슨 변화가 생길까요?

처음 독서를 시작할 때 독서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자신의 독서 이력을 쓴 글이며, 독자를 독서가로 거듭나게 하고 지속해서 읽게 하는 동기부여가 목적인 책입니다. 독서를 통해 인생을 바꾼 이들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책에는 자신의 경험담을 곁들여 굉장히 설득력 있게 독서의 효용을 설명해 놓았습니다.

독서를 통해 부자가 된 이도 있고, 독서를 통해 창업의 발판을 마련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독서를 통해 저자나 강연가가 된 이는 무척이나 많습니다. 저는 어땠을까요? 지금은 조금 덜하지만, 저도 독서를 참 대책 없이 했습니다. 자투리 시간은 모조리 독서에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 읽는다는 핑계로 가족들의 방해가 없는 카페에 참 많이도 다녔습니다. 매일 무슨 일이 있어도 단편 하나 분량 이상은 꼭 읽었고, 연 100권씩 돌파해 나갔습니다. 읽는 일에 강박적으로 굴었고 집착도 있었을 겁니다.

5년 차에 접어들어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저는 부자가 되지도 않았고, 다니던 직장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저자나 강연은 꿈도 못 꾸고 이런저런 매체에 글을 올리는 정도입니다. 글을 읽으면 오피니언 리더 정도는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습니다. 아직도 평범한 직장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읽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읽은 권수에 집착하는 독서는 아닙니다만 양의 축적도 도전 목표이기는 합니다. 왜일까요? 단순히 지금까지 투자한 매몰 비용 때문일까요? 습관 때문일까요? 단지 그 때문은 아닙니다. 이제 독서는 제 생활이자 일부가 되었습니다. 읽지 않으면 허전하고 낙오될 것 같고 모든 것이 다 수포가 될 것 같습니다. 독서를 통해 얻는 정신적 유희를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독서가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하지만 벽에 부딪혔을 때, 현실적인 문제나 정신적인 고통이 있을 때, 책에서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꾸준히 읽어 보세요. 독서로 지적 능력만 향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도 위로받을 수 있습니다. 독서치료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겠지요.

저는 베스트셀러나 인스타그램 감성 글귀를 모은 팬시용품 같은 책을 읽던 사람입니다. 벽돌 책은 엄두도 못 냈고, 소설은 왜 읽는지 이유도 못 느끼며, 소설을 즐길 수 없는 사람. 그게 바로 저였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매일 읽는 사람,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 공허함을 덜 느끼는 사람, 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사람, 하나하나 셀 수 없을 정도로 전방위적으로 너무 좋아졌습니다. 책의 우주로 빠져보세요.

유은경 도산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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