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납품대금연동제,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을 위한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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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납품대금연동제,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을 위한 이정표
  • 경상일보
  • 승인 2023.02.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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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택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高) 현상으로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하며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납품단가도 연동되어야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거래관계 중단에 대한 우려로 쉽사리 납품단가를 올려 달라는 말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사유로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부담은 오롯이 중소기업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납품대금연동제’ 도입을 담은 ‘상생협력법’이 개정·공포되면서 중소기업은 한시름 놓게 되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하락분을 납품단가에 의무적으로 반영시키는 것이 납품대금연동제의 핵심이다. 물품 제조에 사용되는 원자재의 비용이 납품 비용의 10% 이상을 차지하면 납품대금연동제의 대상이 된다. 연동제 협약 후 원자재 가격이 변동하면 약정서에 기재한 대로 납품대금이 조정된다. 동 제도의 시행으로 수탁기업은 제값을 받게 되고 그간의 경영난이 완화될 전망이다.

납품대금연동제 시행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위탁기업이 떠안게 된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대중소기업이 한발짝 양보해서 상호간 협의하에 조화롭게 운용된다면, 상생협력의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더 없이 좋은 제도이다.

실례로 국내 철강 대기업 A사는 2000년에 처음 납품대금 연동제를 자율적으로 도입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철강 등 고온 산업설비에 활용되는 내화물처럼 원자재 비중이 큰 제품을 납품하는 중견·중소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약관 형식의 계약을 맺어 계약금액 대비 변동된 원자재 가격을 납품대금에 반영하고 있다. A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알루미나 등 내화물을 공급하는 6개 기업에 264억원, 철재 밴드를 공급하는 3개 기업에 610억원, 윤활유 주원재료인 기유를 공급하는 5개 기업에 19억원을 인상해 지급했다고 한다. A사의 수탁기업은 원자재 가격 변동 위험에 대한 걱정없이 경영을 할 수 있었고, 위탁기업도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위의 사례처럼 원재료 가격상승 위험이 큰 상황에서 위탁기업이 그 위험을 분담한다면, 수탁기업의 미래 불확실성이 제거된다. 계약 당시 리스크 프리미엄이라는 잠재적 비용이 사라짐에 따라 최초 계약단가를 낮출 가능성이 높아 상호 이로운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장기계약의 단점을 보완하고, 안정적인 거래관계 형성에서 오는 이점을 위탁·수탁기업 모두 누릴 수 있게 된다.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중소기업계 14년 숙원사업인 납품대금연동제의 닻을 올린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 10월 본격 시행을 앞둔 납품대금 연동제의 조기안착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은 물론수-위탁기업들의 자발적인 동참과 참여 의지가 중요하다.

아직 새로운 제도가 낯선 기업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은 납품대금연동 특별약정서 샘플과 가이드북을 제공하는 한편, 3월에는 ‘울산지역 상담지원단’을 구성해 온·오프라인 상담도 지원할 예정이다. 특정 거래에 대한 연동제 적용 여부 확인, 납품대금연동 특별약정서 작성 방법 등을 전문상담위원에게 신속히 상담받을 수 있다.

도입 첫해인 금년에는 연동제 적용 대상 수-위탁기업을 대상으로 총 6000개의 ‘동행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울산지역의 주력산업 영위 위탁기업들이 시범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점은 제도 안착에 매우 고무적이다. 동행기업 선정 기업에게는 정부포상 우대,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참여 가점, 중소기업 정책자금 대출한도 확대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울산지역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납품대금연동제 문화가 조기에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입술과 치아는 서로 의지한다’는 뜻의 순치상의(脣齒相依)라는 고사성어처럼, 대중소기업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이다. 어렵사리 출범한 납품대금 연동제가 대중소기업 상생의 새로운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종택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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