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진정한 조선업 상생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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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진정한 조선업 상생으로 가는 길
  • 경상일보
  • 승인 2023.03.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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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유준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 상생협약’ ‘기성금으로 공정임금 제공’ ‘에스크로제 도입으로 임금체불 방지’ ‘직영 확대 추진 숙련인력 확보’ 등등.

지난달 27일 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과 김두겸 울산시장, 권명호 국회의원,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 원하청 10개사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조선업 이중구조개선을 위한 상생협약식’ 관련 울산지역 언론 기사의 머리말이다.

참 오랜만에 들리는 좋은 소식이다. 그동안 조선업 작업장의 고질적 문제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기에 이를 지켜보는 울산지역 대부분의 시민은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현대중공업의 생산체계는 원청과 하청 협력업체라는 이중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대략 30대70의 비율로 협력업체 직원들이 훨씬 많다. 협력업체는 원청으로부터 기성금(원청이 하청에 지급하는 공사 대금)을 받아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지급 등 회사 운영을 한다.

이렇다 보니 협력업체들의 채산성(경영상 이익)이 나빠지면 그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은 물론이고 복지 등이 열악해 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조선업이 불황이 시작된 지난 2015년 무렵부터 원청이 고통분담이라는 이유로 기성금을 낮추면서 협력업체들의 채산성이 악화됐다. 그 결과 일부 협력사들이 임금은 물론 4대 보험료, 퇴직금 등을 지불하지 못해 부도처리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해 사회적문제로 대두되었고, 최근까지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협력업체들의 채산성 악화는 선박 수주 회복으로 일감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의지하는 아이러니 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원청근로자와의 임금격차는 물론이고, 유사업종인 건설업이나 플랜트업의 임금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위험하고 더 힘든 일을 하면서 누가 돈을 적게 받는 직장을 선택 하겠는가?

이는 성별, 나이, 학력 등 제한없이 정규 생산직 신규 채용에 나서는 현대자동차의 상황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400명을 뽑는 이번 채용의 경쟁률은 수백대 1 이상의 경쟁률은 족히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높은 임금이다. 결국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들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불황이라는 이유로 정체되거나 줄어든 임금을 높이면 될 일이다.

이를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들도 모를 리 없지만 그동안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려 해도 그동안 그럴만한 여력이 없었다.

필자는 동구의회 의원이었던 지난 2019년 동구의회 소속 의원 7명 전원이 참여한 ‘체불임금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한 바 있다. 특별위원회는 협력업체 근로자, 협력사 대표협의회, 울산노동위원회, 유사작업장인 거제조선소 관계자 및 근로자 등과의 면담, 체불임금 신고센터 운영까지 6개월간 진행됐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번 상생협약안의 주요 내용인 임금체불 방지를 위한 ‘에스크로제’ 도입, 임금 상승을 위한 기성금 현실화였다.

하지만 동구의회의 제안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측에 경영진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가 되지 않았다. 협력업체들 역시 원청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면 기성금 부족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 ‘에스크로제’ 도입을 꺼렸다.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조선업 특성상 수주 물량이 2년 뒤부터 실적에 반영되는 만큼 올해부터 조선업계의 본격적인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뤄졌던 하청업체 근로자의 처우개선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다.

이번 조선업 이중구조개선을 위한 상생협약식은 조선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시작이다. 김두겸 울산시장, 권명호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권의 부단한 노력과 정부의 응답으로 이뤄진 의미 있는 성과다. 단 협약이 조선업 발전과 조선업 도시 울산의 경제 회복을 이끌기 위해서는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를 반드시 넘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원청인 현대중공업의 과감한 결단이다. 협약 내용이 변하지 않는, 필요에 따라 버리지 않는 경영의 원칙으로 삼아야 지속가능한 진정한 상생을 이뤄낼 수 있다.

홍유준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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