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사람]살인범 헛소리 치부않고 수사…피해자 한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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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사람]살인범 헛소리 치부않고 수사…피해자 한 풀어
  • 박재권 기자
  • 승인 2023.03.06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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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일 전 형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시 사건을 함께 수사했던 동료들에게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지난 2019년 6월30일자로 30여년간의 경찰 생활을 마무리 한 박동일(66)씨는 지난해 6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울산 무도산 움막 살인사건’ 방송을 계기로 재조명됐다.

박씨는 서생파출소 순찰팀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14년 6월 스스로 살인범이라고 주장하는 남자를 만나게 돼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박씨 주변에서는 모두가 헛소리라며 조사를 만류했다. 하지만 박씨는 당시 미제였던 농막 살인사건을 떠올렸고 범인의 고백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그는 집념을 발휘해 사건의 진실을 밝혔고, 이로 인해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들의 한을 풀었다.

지난 3일 울산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씨는 아직도 당시 사건을 떠올리면 함께 고생한 동료들이 눈에 밟힌다고 말했다.

박씨는 “남들이 관심 갖지 않는 사건을 수사하다 보니 나를 비롯한 동료들이 엄청 고생했다”며 “사건을 마무리 짓고 난 뒤에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사소한 일이라도 항상 모든 일을 주의 깊게 살피고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 같은 사건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언하기도 했다.

박씨는 방송이 나간 뒤 자녀들이 “아빠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고 하더라”며 “이제는 어디 가서 아빠 자랑도 하고 다닌다”며 웃었다.

평소 악기 연주와 사진 촬영에 대한 열정으로 봉사 활동을 이어온 박씨는 은퇴 후에도 변함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과학수사팀 같은 게 없었기 때문에 사건 수사를 하는 형사가 현장을 비롯해 모든 것을 촬영해야만 했다”며 “그걸 계기로 사진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대학교 평생교육원 사진 창작반에서 3개월 동안 교육을 받은 적도 있고 울산지역 사진동호회장을 맡기도 했었다”며 “내가 아무리 좋은 풍경 사진을 찍어도 전문 사진작가들만큼 못하기 때문에 건물의 한 부분이라던가 남들이 잘 찍지 않는 사진 위주로 찍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지역 색소폰 동호회 최초 멤버이기도 한 그는 “‘자신을 대신해 울어주는 악기가 색소폰’이라는 한 선배의 말을 듣고 악기를 구입했고,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마음도 한결 편해지고 부드러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퇴직한 뒤 미국을 갔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만나 같이 트럼펫을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매우 영광이었고 조만간 지인들과 연주팀을 구성할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박씨는 “나는 목표를 정해두지 않는 편이다. 목표가 있으면 그것만 바라보고 행동하게 돼 힘들기 때문”이라며 “끊임없이 자기 관리에 매진해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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