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우땀밭’에서 배우는 나눔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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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우땀밭’에서 배우는 나눔과 행복
  • 경상일보
  • 승인 2023.03.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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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대송고 교사

알싸하고 푸르른 봄 바다를 만나고 싶어 울산대교를 지나 동구로 들어오면, 마주 앉은 대송고등학교(교장 김태중)와 울산 동구청이 동구를 방문한 모든 이를 포근히 맞이하는 듯하다. 마주한 동구청의 보호라도 받는 듯, 포근함에 싸여 있는 대송고의 아름다운 풍경에 이끌려 둥글진 길을 따라 교내로 들어오면, 신기하고도 재미난 푸르름에 누구라도 두 눈이 깜짝 커진다.

대송고 본관은 ‘□’자 형으로, 건물 중앙에 꽤 넓은 공간이 있다. 비밀의 정원처럼 숨어 있는 이 작은 광장의 중심을 한 그루 나무가 지키고 있고, 양 옆으로 자연의 흙이 그대로 살아있는 텃밭이 있다. 20 이랑이 훨씬 넘는 이 널따란 텃밭에서 몽골몽골 자라는 채소와 작물들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바로 그 텃밭에서 땀을 흘리고 손에 흙을 묻히며 마음 깊이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 예쁘고 신기해 보인다.

봄이 되면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물을 주는 아이들, 푸른잎 앞에서 자연의 신기함을 체험하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아이들, 선생님을 따라 물도 주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배워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히 살아있다. 텃밭에서는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웃음뿐 아니라, 선생님의 웃음소리도 함께 피어난다. 학생들과 함께 씨앗을 뿌리고 흙을 마주하는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의 진지하면서도 기분 좋은 미소가 새롭고, 함께 하는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만나 여유 있는 대화를 나누며 웃음꽃이 피어나는 모습은 평화롭고도 소중한 일상의 한 조각이다.

텃밭을 한 번이라도 가꿔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밭일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건강한 텃밭을 몇 년간 가꿀 수 있는 것은 바로 ‘동구 시니어클럽 스쿨존 봉사단’의 노력 덕분이다. 학생들이 공부할 때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학생들의 밭을 무심히 챙겨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에 텃밭의 작물이 잘 자라고 알록달록 익어가는 것을 아이들이 지켜볼 수 있었다. 그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작년 12월, 한 해를 정리하는 시기에 학생회 기획으로 스쿨존 봉사단 할머니 할아버지께 방한용품과 감사의 손편지를 전달하는 뜻깊은 행사도 마련했다.

‘우리들이 땀을 흘린 밭(우땀밭)’이라는 야무진 이름을 가진 이 텃밭에서 학생들은 친구와 선생님, 할머니,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흙을 만지고 잡초를 뽑으며 친환경 무농약 작물을 키우는 소중한 경험을 한다. 그리고 수확한 작물 판매금을 장학금으로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뜻깊은 시간도 가졌다. 작물을 거둬들인 빈자리에서는 한 해 동안 도와주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따듯한 시간도 가진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작은 텃밭이 선사하는, 소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나눔과 행복, 그리고 성장의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김건희 대송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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