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여주기식 반짝 단속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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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보여주기식 반짝 단속은 이제 그만
  • 정혜윤 기자
  • 승인 2023.03.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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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윤 사회부 기자

“왜 룸카페만 유흥업소로 규정짓습니까. 멀티방, DVD방 다 멀쩡히 영업하는데 룸카페만 잡으니 보여주기식 행정에 자영업자들만 피해보는 행태가 아닙니까?”

지난 6일 울산 지자체 청소년 유해업소 합동 점검·단속에서 한 룸카페 업주가 울분을 토했다. 실제 이날 합동점검에서 찾은 룸카페는 손님 한명도 없이 휑한 모습이었다. 정부에서 룸카페를 사실상 청소년 유흥업소로 규정짓고 단속에 나서며 벌써 며칠째 손님이 한명도 없다는 설명이다.

올해 초 일부 룸카페에서 침구가 놓이고 모텔처럼 영업한다는 논란이 전국적으로 일자 여성가족부는 지난 1월9일과 25일 지자체와 경찰에 ‘공간이 밀폐되고 성행위 우려가 있는 영업장은 청소년이 출입할 수 없도록 단속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어 룸카페에 대한 현황 파악까지 요청하면서 지자체가 급히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달 22일께 ‘청소년 출입금지업소에 대한 유권해석’과 함께 새로운 규정으로 재점검 요청이 내려왔다.

이에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룸카페 전체를 청소년 신·변종 유흥업소처럼 규정지으면서 매출에 상당한 타격은 물론, 일관성 없는 규정으로 공사비만 수차례 들고 있다는 것이다.

단속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지속 제기된다. 룸카페, 만화카페에만 집중된 단속으로 풍선효과만 낳을 것이란 우려다. 울산 한 룸카페 사장은 “멀티방, DVD방 다 멀쩡히 영업하는데 왜 룸카페만 규정지어서 단속하냐”며 “단속을 피해 다른 곳으로 다 안 몰려갈 것 같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실제 이번에 진행된 단속 대부분이 룸카페, 만화카페에만 집중됐고, 그것도 ‘반짝 단속’에 그쳤다. 울산 5개 구·군을 포함한 전국 지자체가 논란 이후 일제 단속에 나섰으나, 이후 주기적 단속을 계획하고 있는 구·군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일회성 단속으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제2, 제3의 유사 업소가 생길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논란이 전국에서 일자 여가부는 향후 신·변종 청소년 유해업소를 예방하기 위해 각 부처 소관 법·제도에 대한 검토·보완 방안, 청소년의 피해방지와 건강한 성 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 방안 등을 지속 논의할 방침을 세웠다.

룸카페가 본래 이용 목적을 벗어나 청소년 성관계, 음주 등의 행위를 하는 곳으로 오용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보여주기식 오락가락 단속으로 실효성 있는 결과를 얻어내기는 힘들다. 오히려 행정력을 낭비하고 애꿎은 자영업자들의 영업만 방해하게 돼 반발만 불러일으키게 된다. 향후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규제 방안이 마련돼 청소년 신·변종 유흥업소가 완전한 법의 테두리 안에 들기를, 또다른 반짝 단속으로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혜윤 사회부 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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