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원전사고 대응력 키워야]기존 도로 활용한 대피계획 실효성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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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원전사고 대응력 키워야]기존 도로 활용한 대피계획 실효성 떨어져
  • 박재권 기자
  • 승인 2023.04.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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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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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오염수 방출 논란 등 여파가 여전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난 2011년 3월11일 대규모 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로 인해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다. 안전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울산은 시청을 기준으로 반경 30㎞ 이내에 전국 24기의 원전 가운데 14기나 위치해 있다. 더욱이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울산을 비롯해 한반도 동남권에 지진이 발생해 지표 파열·변형이 있었던 활성단층이 14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약고’라 불릴 정도로 위험시설이 밀집한 울산은 원전사고가 절대 일어나선 안된다. 하지만 만약 발생하더라도 인명 등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본보는 울산의 원전사고 대비 인프라 실태와 보완 방안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대피로 등 부족한 인프라

울산은 원전사고에 대비한 대피로 성격의 도로로 기존 간선도로인 부산~포항 고속도로, 국도 31호선(서생면~온산국가공단)을 중심으로 용연공단 전용도로(신일반산단~청량IC) 등을 계획했다. 하지만 해당 도로들은 평소에도 국가산단을 오가는 화물차 교통량이 집중돼 만성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골든타임 내 구호소로의 이동 등이 힘들 수 있다는 의미다.

울산시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9년 8월 기준 평상시 퇴근 시간의 교통량을 바탕으로 새울·고리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반경 5㎞ 내 울주군 서생면 주민 약 8000명이 국도 31호선을 이용해 상북면, 삼남읍 등의 구호소로 대피하는데 약 4~6시간(평균 약 5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간도 시뮬레이션일뿐 실제 상황이라면 주민 혼란 등이 겹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온양 등 남울주권에 최근 대단지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고 추가 발전방안 등도 논의 중이다. 하지만 도로 사정은 그대로여서 사고 시 대피로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한계를 감안해 시 등은 지난 2017년께 지상 외 대피경로로 바다와 하늘을 활용하는 방안도 세웠다.

새울·고리원전과 인접한 서생 주민들은 신리·신암·나사·평동·대송·송정·강양항 등 소형 어항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뒤 개인 어선을 타고 안전지역인 30㎞ 밖 정자항까지 대피하는 방안이 수립됐다. 울산 내 전체 개인 어선은 1160여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군 함정이나 여객선, 대형 상선 등으로 월성원전 전용부두나 포항 영일만항, 예비로 포항신항까지 이동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하늘길은 헬기를 활용한다. 간절곶스포츠파크, 서생체육공원 등 임시 헬기장에 주민들을 집결시킨 뒤 군·경·소방·산림헬기 등으로 이송하는 것이다. 울산소방본부 헬기 1대를 비롯해 부산경찰청, 양산산림항공관리소 등에서 헬기를 지원받는다는 구상이다.

경주 월성원전 사고시 북구가 울산해경의 협조를 받아 강동주민 4000여명을 정자항에서 온산항으로 이송하는데, 승하선과 운행·회항시간을 포함해 1회 운항에 3시간이 걸려 12시간 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밖으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헬기 지원시 지원 대수와 소요시간 등이 명확치 않고 육로와 바닷길 연계 등에 대한 구체화된 매뉴얼이 부족해 말 그대로 대책에만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시는 지난해 11월 울산 전역에서 새울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를 가정한 방사능방재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그러나 해상 및 항공 훈련은 당시 바람이 많이 부는 등 좋지 못한 기상 환경 탓에 육상 훈련만 실시됐다. 이전 주민 소개 훈련도 실시했으나 단발성에 그쳤다. 올해는 아직 훈련 계획조차 잡히지 않았다.

◇방사능방재지휘센터 제역할 의문

지난해 8월 울주군 삼남읍 교동리에 지상 3층, 연면적 1728㎡ 규모로 건립된 울주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의 위치도 빠른 대응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이 센터는 새울원전의 방사선비상 시 사고 수습과 주민 보호조치 등의 현장 대응을 총괄하고, 평시에는 방재 시설·장비 점검, 방재 훈련 및 검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센터는 새울원전과 약 30㎞ 떨어진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밖에 있어 지휘센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사고 발생 시 실질적으로 주민 대피를 주도할 소방도 ‘과연 센터에서 원격으로 얼만큼 대처를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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