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4)]좁혀지지 않는 노사의 최저임금 입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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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4)]좁혀지지 않는 노사의 최저임금 입장 차이
  • 경상일보
  • 승인 2023.04.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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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의 막이 올랐다. 지난 18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개최될 계획이었으나, 특정 공익위원의 사임을 요구하는 근로자 측과와 공익위원 측이 충돌하면서 회의 개회 자체가 무산됐다. 보통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된 이후 발표되는 노동계 요구안은 올해는 이례적으로 빠른 시점에 제시되었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24.7%의 인상률을 제시하면서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한바 있다.

‘생계비 인상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노동계와 ‘어려운 경기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아마 노사의 가장 큰 관심사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 1만원을 넘을지 여부일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인상률이 3.95% 넘어서면 내년 최저임금은 1만원 시대가 도래한다.

양대 노총은 가구 생계비 적용을 우선 고려하여 결정한 사안으로 최저임금법이 생계비 항목을 결정기준 중 첫 머리에 꼽는 만큼 그동안의 노동생산성 중심의 최저임금 논의를 삶에 드는 실제 비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지급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아직 구체적인 안은 제시되고 있지 않지만 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일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하고 있으며, 고물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의 생사가 달린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되어야 한다며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간 대부분의 음식·숙박업, 도·소매업의 자영업자들은 지불능력의 격차를 감안해 업종별 최저임금 수준을 달리 적용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5일 하루 8시간 근로자 중 하루는 8시간 근무한 것으로 보고 임금(주휴수당)을 지급하도록 명기되어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에서는 이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제 시급은 1만1544원이라며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 9명 중 8명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로 향후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에 노측이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다만 아무리 전 정부에서 임명되었더라도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 정책 방향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업종별, 지역별 차등 적용 여부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주목된다.

한편 최저임금 절대수준 못지 않게 업종별, 지역별 차등적용 여부도 관심사다. 지역별 차등보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여부가 주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심의에서도 노동계의 완강한 거부에 밀려 표결에서 찬성 11명, 반대 16명으로 부결된 바가 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에 따라 고용부는 관련 연구용역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수행했는데 실제 업종별, 지역별 차등을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 차등적용을 요구하는 음식·숙박업, 운수업 등은 대표적으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업종이므로 임금의 구분 적용은 이러한 업종들을 사양 산업으로 이끌어 걸 것이라 우려하여 노동계는 반대하고 있다. 자영업 경제, 즉 아르바이트로 돌아가는 경제 규모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지역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현재의 상황에서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노동개혁과 관련하여 MZ세대 의견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들을 포함한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와 근로조건의 차이가 심한 상황에서 또 다른 차별을 초래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쪼개기 알바’ 등 초단기 일자리가 더 증가할 수 있다. 주휴수당을 실제로 받지 못하고 있는 초단기 취업자가 청년층이나 취약계층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임금인상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당 근로시간이 1~14시간인 취업자는 157만7000명으로 2021년보다 6만5000명 늘어난 상황이다. 이는 최저임금이 급등하기 시작한 2018년(109만5000명)에 비해 50만명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이는 전체 취업자(2808만9000명) 중 5.6%를 점유한다. 초단기 취업자 관련 수치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도 최저임금을 못 받는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최저임금 위반사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 미지급 등 관련법을 위반해 고용노동부에 신고가 접수된 경우는 1631건이었다. 신고 현황을 사업장 규모별로 구분하면 5인 미만 사업장 비중이 56.2%(917건) 차지한다. 2022년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수는 275만6000명이며, 최저임금 미만율은 12.7%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2019년 16.5%로 최고치를 갱신한 이후, 최근 3년 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미만율 등을 고려할 때 지불능력 없는 사업자도 많은 만큼 최저임금 수준이 안정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소비, 소득, 임금 관련 대부분의 지표들이 아직 추산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최저임금 계산식을 제시해야 마땅하지만, 전국 통계가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간 최저임금 인상이 누적됨에 따라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 자체는 중위임금 대비 60%를 초과하여, OECD 상위권 30개국 중 8번째에 해당하면서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최저 임금인상은 여성,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등 사각지대에 고통받고 있는 근로자에 대한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생활임금 확보를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하위소득계층의 소득상승을 통해 빈곤을 축소하고 소득분배를 개선해 임금소득 불평등도를 낮추는데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임금체계의 정상화라는 관점에서 노사정이 협력적으로 논의해야 할 과제이다. 제도의 본 취지에 맞추어 저임금 근로자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사회보험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생계비를 보조하는 근로장려세제(EITC) 등에 대한 검토를 통해 고용촉진형 근로빈곤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효과적인 소득분배의 개선이 필요하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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