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60)]지혜로운 충고, 재치있는 말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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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60)]지혜로운 충고, 재치있는 말솜씨
  • 경상일보
  • 승인 2023.04.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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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안영은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정치가이다. 그는 지혜로운 충고와 재치있는 말솜씨로 유명하다. 안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초나라 왕은 안영의 몸집이 작다는 것을 알고는 안영에게 수치심을 주고자 했다. 안영 일행이 초나라의 수도에 도착했을 때 성문이 잠겨 있었다. 성의 문지기가 한쪽 편의 작은 쪽문을 가리키며 “상국께서는 몸집이 작으니 그 문으로 충분히 출입하실 수 있을 겁니다”라고 했다. 안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이건 개구멍 아닌가? 개의 나라에 사신으로 왔다면 개구멍으로 출입하겠지만, 인간의 나라에 사신으로 왔으니 사람이 출입하는 문으로 들어가야 하는 게 당연하지”라고. 초왕은 서둘러 대문을 열고 안영 일행을 맞도록 했다.

초나라 왕은 말로만 듣던 볼품없는 안영의 실제 모습을 보고는, “제나라는 인재가 그렇게 넘치는데 어째서 그대를 우리에게 파견했단 말인가”라고는 고개를 한껏 젖힌 채 비웃듯 크게 웃었다. 이에 안영은 “우리 조정에서 사신을 파견할 때는 늘 그 대상을 살펴서 보냅니다. 상대국이 예의가 있는 나라의 군주라면 그에 맞추어 덕이 고상하고 명망이 높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내고, 무례하고 거친 나라의 어리석은 군주라면 역시 그에 맞는 재주도 없고 비루한 자를 골라 보내지요. 제나라에서 저는 덕도 능력도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초나라에 이렇게 사신으로 파견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초나라 왕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손을 휘휘 저으며 빨리 술상을 차려 안영을 접대하라고 명령했다.

안영은 말해야 할 때와 말하지 않아야 할 때를 잘 알았으며, 비유와 직설을 적절히 잘 사용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방을 화나지 않게 하면서도 뜻을 성취하였다. 사마천은 <사기 열전>에서 “만일 안자가 아직 살아있어 내가 그를 위해 말채찍을 잡고 그의 수레를 몰 수 있다면 정말로 영광스러운 일이다”라고 안영을 칭송했다. 요즘 우리 사회는 말들이 너무 거칠다. 말에 재치와 품격은 없고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위 아래 구분 없이 막말이 대세다. 충고라고 하는 말은 상대를 자극하여 기분 나쁘게 하는 지적질이 대부분이다. 안영에게서 말하는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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