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길을 다닐 때면 수많은 건물과 땅을 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저 많은 건물과 땅 중에 왜 내 것은 별로 없을까? 궁금해지는 동시에 내가 보는 저 수많은 부동산의 숫자만큼 그 부동산의 주인들도 이렇게나 많겠구나 하는 자조 섞인 생각이 머리에 맴돈다. 많은 부동산의 주인들은 자식이 있을 것이고 그 자식들에게 부동산 명의를 이전해 부를 대물림해줄 것이다.
국세에는 부의 재분배에 따른 빈부격차 해소를 입법 취지로 한 상속세와 증여세라는 세목이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은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에 따른다.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이다. 이는 평가기준일 전후 6개월(증여재산은 전 6개월 후 3개월)이내 기간 중 매매·감정·수용·경매가액을 말한다. 시가를 산정하기 어렵거나 유사매매 사례가액이 없다면 개별공시지가, 개별주택가격, 공동주택가격 등의 보충적 평가방법을 시가로 본다.
오피스텔 및 상업용 건물 기준시가가 나오지 않는 비주거용 부동산인 일명 ‘꼬마빌딩’은 비교할 수 있는 유사한 물건도 거의 없고 거래도 빈번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유사매매 사례가액을 확인하기 어렵고 일반 기준시가로 시가가 산정되는 경우가 많아 최근 편법 증여의 수단으로 많이 사용될 여지가 있었다.
이에 과세당국에서는 2019년 2월12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상속·증여세가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된 이후에도 법정 결정기한인 상속세 신고기한으로부터 9개월(증여세는 6개월)까지는 매매·감정·수용가액 등을 시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신고된 꼬마빌딩의 상속·증여세를 국세청이 감정평가를 통해 추가로 과세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과세 형평성을 지키고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한 개정 취지는 백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선정기준에 있다. 국세청 보도 참고자료에 따르면 감정평가의 대상은 상속·증여된 비주거용 부동산으로서 시가와 신고가액의 차이가 큰 경우이다. 구체적인 금액 기준 등은 조세회피 목적에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세청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이는 조세법의 대원칙인 조세법률주의를 위배할 수 있다. 조세법률주의의 내용 중 하나인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따라 조세는 과세당국의 자의적 해석·적용의 여지가 없도록 해 국민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
꼬마빌딩의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해 감정평가로 추가 과세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보단 꼬마빌딩이 실거래가와 유사한 고시가액이 공시되도록 제도를 보완해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과세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만약 지금의 개정 내용 그대로 과세를 할 것이라면 불확실한 과세기준으로 납세자들의 재산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소한 구체적인 기준은 법령으로 규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특수관계인 간 부당하게 조세를 감소시키는 경우에 그 행위 또는 계산의 효력을 부인시키는 부당행위계산부인 제도는 이미 법인세, 소득세 등 많은 세목에서 법령의 구체적인 기준을 통해 제재하고 있다. 꼬마빌딩에 대한 과세당국의 감정평가 적용대상 기준 역시도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근 감정평가에 의한 국세청의 추가 과세처분에 대해 불복하는 건물주의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건물주들과 국세청 간의 소송 전쟁이 도미노처럼 발생될 수 있다. 명확하지 않고 불공평한 조세 행정은 국민들의 정부 불신을 높이고 조세저항을 키운다.
김준모 김준모세무회계사무소 대표세무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