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람과 철새를 품은 삼호 둥우리, 5년간의 새로운 변화
상태바
[기고]사람과 철새를 품은 삼호 둥우리, 5년간의 새로운 변화
  • 경상일보
  • 승인 2023.04.28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설시은 울산 남구청 도시창조과 주무관

“도시재생? 그게 뭔교? 여기 싹 다 갈아엎고 재개발해서 아파트 지어주는교?”

바쁘게 달려온 삼호동 도시재생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지난 5년의 시간을 돌이켜보니 처음 업무를 맡고 주민 분들과 인사를 나눌 때 많이 하셨던 말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삼호동은 1980년대 석유화학공단 조성에 따른 이주 사업으로 조성된 이주택지 지역이다. 울산에서 나고 자랐기에 태화강과 삼호동의 옛 시간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죽은 물고기와 쓰레기를 치우며 태화강 살리기를 함께 했고, 좁고 미로 같은 골목에 비슷하게 생긴 주택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친척집을 찾다가 길을 헤매기도 했다.

이후 시민들이 힘을 모아 태화강과 삼호대숲을 지켜낸 덕에 울산 남구는 철새가 찾아오는 친환경 생태도시로 변모했다. 그러나 삼호동 주민들은 철새 배설물과 소음 등 생활에 불편함을 겪게 되었고 과거와 크게 변화 없는 모습에 점점 활기를 잃어갔다.

쇠퇴해가는 마을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주민과 전문가, 행정이 함께 머리를 맞댔고 철새와 함께 잘 사는 방법으로 ‘도시재생’을 선택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래서 2017년 도시재생뉴딜사업 선도지역으로 선정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했다.

돌이켜보면 쉽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싹 다 밀고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도시재생’부터 무엇인지 가르치고, 주민과 함께 다양한 마을의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심각한 주차난, 주민 커뮤니티 공간 부재, 철새관광 인프라 부족 등등.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삼호동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을 수립했다. ‘평생둥지 삼호마을’ 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사람과 철새와 자연이 공생하는 모두의 안식처를 조성하고 싶었다. 전국 최대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을 위해 태양광 모듈을 대대적으로 공급하는 ‘삼호그린빌리지’ 사업을 비롯해 물순환 선도도시 조성사업, 송전선로 지중화, 철새홍보관 건립 등 지자체 연계사업도 함께 추진했다.

도시재생 마중물사업인 삼호동 공영주차장과 와와커뮤니티하우스가 생기면서 ‘동네가 훤~하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주민들 삶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멀리 떨어진 행정복지센터까지 가지 않아도 주민자치프로그램을 와와커뮤니티하우스에서 이용할 수 있고, 철새마을도서관에서 와와공원을 바라보며 책도 읽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되었다.

삼호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는 재주가 넘치는 주민들이 함께 모여 마을의 이야기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내며 그동안 미처 몰랐던 다양한 주민들이 공동체 의식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주민공모사업을 하면서 마을을 하나의 골목정원으로 만들고 건강을 위한 학체조를 배우며 삼호동의 이야기로 책도 쓰고 철새공예품을 만들어 보는 등 남녀노소 그리고 철새가 함께 살아가는 마을로 만들어가는 연습을 했다. 주민들이 주도한 이 귀중한 성과를 함께 공유하는 축제도 열었다.

사업이 완료된 후 주민들에게 물었다. 삼호동 도시재생 사업이 주민 생활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 왔을지 궁금했다. 모든 지표에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됐지만, 와와로 보행환경에 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인도 전체를 뒤덮고 있었던 가로수를 제거하고 조성한 특화거리가 주민들에게 가장 밀접한 삶의 변화로 이어졌다.

특히 그동안 재개발만 원했던 인식을 완전히 변화시켰다는 게 가장 큰 성과이다. 주민들이 함께 그동안 잊고 지냈던 마을의 장점을 찾아내는 삼호동의 작지만 큰 변화가 시작되었고, 작은 슈퍼 정도가 다였던 동네에 활력이 돌아 새로운 상권들도 생겨나고 삼호철새마을 공예거리도 입점할 예정이다.

그리고 지면을 빌려 삼호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 근무한 모든 마을 활동가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5년 동안 추진한 삼호동 도시재생의 마중물 사업은 끝났지만 이제 주민들이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재생이 시작될 것이다. 그 변화를 기대하며 언제나 주민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설시은 울산 남구청 도시창조과 주무관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