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숙의 한국100탑(88)]대흥사 북미륵암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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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88)]대흥사 북미륵암 삼층석탑
  • 경상일보
  • 승인 2023.04.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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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혜숙 수필가

두륜산 미륵부처님을 만나기 위해 가파른 등산로를 오른다. 초입부터 동백나무가 좌우로 늘어서 호위를 한다. 숲길엔 동백꽃이 통째로 떨어져 붉은 빛이 낭자하다. 서러운 낙화다. 차마 밟을 수 없어 발끝으로 걷다 균형을 잃는 바람에 내 몸도 뿌리째 넘어진다. 옆구리가 아프다. 그렇게 산길을 한 시간 남짓 오르니 북미륵암이다. 숨을 헐떡이며 한 발을 암자로 막 들이는데 얼굴빛 맑은 스님이 먼저 합장을 하신다. 놀라서 얼른 공경의 예를 갖춘다.

북미륵암 용화전에는 용화세계에 강림한 마애여래가 근엄한 모습으로 앉아 계신다. 집채만 한 바위에 새겨진 거대한 불상은 양감이 뚜렷하여 마치 살아 있는 부처 같다. 미소도 온화하다. 천의를 휘날리며 무릎을 꿇은 비천상도 아름답다. 국보로 손색이 없다.

마애여래좌상과 나란한 곳에 보물인 북미륵암 삼층석탑이 있다. 이층의 기단위에 삼층의 탑신을 올린 높이 4m의 통일신라 양식이다. 높은 곳에 있는 석탑이 다 그러하듯 별다른 수식이 없다. 천 년 세월을 품은 몸매는 단정하다. 석탑과 어깨동무하고 두륜산 정상을 바라본다. 풍광이 빼어나다. 탑은 제 몸의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대신 우뚝한 바위와 굽이치는 능선, 흐르는 바람을 후광으로 앉혔다. 곁에 선 동백나무에서도 툭툭 눈물처럼 꽃이 진다. 산중 문답이다.

동백 숲을 내려와 대흥사 삼층석탑 앞에 선다. 응진전을 살짝 비켜나 돌담이 안온하게 감싸주는 곳이다. 언덕 위의 은행나무 한 그루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 호법신이 되어 준다. 절묘한 자리다. 통일신라 때 건립 된 탑으로 대흥사에서 가장 오래된 보물이다.

삼층석탑 옆으로 철쭉 한그루 그림이다. 제법 나이가 들어 전체적인 모양이 멋들어지다. 절 마당에 요염한 붉은 꽃이라니. 사람들은 탑을 보러 왔다가 철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남도의 절집 곳곳에 봄꽃이 팡팡 터지는 계절이다.

배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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