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아파트 ‘갑질’ 대신 ‘포상’ 훈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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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아파트 ‘갑질’ 대신 ‘포상’ 훈훈
  • 강민형 기자
  • 승인 2023.04.2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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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27일 울산 남구 삼산동 벽산강변아파트 입주민들이 관리사무소 장기근속 직원들에게 표창장과 격려금을 전달해 미담이 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투철한 사명감과 친절한 자세로 우리 아파트의 발전에 이바지한 것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 표창장을 드립니다.”

아파트 경비원 등에 대한 입주자 등의 갑질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근로자의 날’(5월1일)을 앞두고 27일 울산 남구 삼산 벽산강변아파트에서 열린 포상 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 아파트는 이날 12년차 직원부터 22년차에 접어드는 직원까지 모두 4명의 장기근속 관리사무실 직원들에 대한 표창장과 격려금 전달식을 가졌다.

장기근속 표창 전달은 입주자 대표 회의에서 제안됐다. 회의에서는 장기근속한 직원들에게 포상을 하자는 내용을 오히려 반가워했다는 후문이다.

입주민 측은 “한 곳에서 오래 일한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니다”면서 “게다가 이 분들은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주시니 더욱 감사한 마음에 기쁘게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30대 중반에 삼산 벽산강변아파트 시설 정비 일을 하게 돼 올해로 22년째를 맞아 포상을 받은 오주원(57)씨는 “처음에는 잠깐 할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동료, 주민들이 너무 좋고 잘해줘서 있다보니 미운정 고운정이 깊게 들었다”면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장기근속으로 상까지 챙겨주니 영광이다. 고마운 마음으로 정년까지 주민들과 오래하고 싶다”고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김태윤(39)씨도 어느새 13년차에 접어들었다. 김씨는 “형님들이 권위의식없이 대해주시고 주민분들도 마음을 많이 써주셔서 동고동락하는 사이 10년이 훌쩍 넘었다”면서 “13년째 막내로 일을 하고 있지만 동료와의 불화, 직장 갑질은 겪어본 적이 없어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실, 경비·미화원의 이직률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에도 삼산 벽산강변아파트는 다르다.

관리실 등에는 음료수가 떨어지는 날이 없고, 주민들은 가벼운 간식이라도 나누기 위해 사무실 등을 찾는다.

또 김장철에는 김치를, 제사라도 지내면 제사 음식을 전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게 일상이다.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자발적으로 아침에 일찍 출근해 통학로 안전을 위해 교통정리에 나서고 있다. 수년째 아침에 인사를 하다보니 서로가 돈독해진 것은 덤이다.

삼산 벽산강변아파트의 최종 목표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경비·미화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경비·미화원은 여러 회사에 소속돼 용역 체제로 돌다보니 장기근속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우리 이야기가 소개돼 많은 아파트가 서로를 위하는 좋은 분위기로 변화했으면 좋겠다”면서 “미담이 아니라 어울려 살아가면서 당연한 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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