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쏟아지는 ‘학폭’ 대책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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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쏟아지는 ‘학폭’ 대책에 대한 단상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3.05.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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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형석 사회부 차장

“벌써 했어야 하는데….” “대학은 물론 (학폭 가해자를)고용하는 기업에게도 벌금을 부과해야 합니다.”

교육부가 얼마 전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서울대와 고려대 등 21개 대학이 2025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수능 위주 전형에서 ‘학폭’ 조치를 반영하기로 하자 국민들의 여론은 전체적으로 환영하고 긍정 평가하는 분위기다. ‘학폭’ 대책이 늦었다거나 나아가 사회생활에까지 불이익을 줘야한다는 강경한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21개 대학 뿐 아니라 2026학년도부터는 모든 대입 전형에 학폭 조치가 의무 반영된다. 이제 학폭 이력이 있는 학생의 경우 대학 가기가 쉽지 않게 됐다. 천창수 울산교육감도 4월 초 취임 후 1호 결재로 ‘교육감 직속 학교폭력 전담기구 설치를 위한 전담팀 구성’을 서명하고 학폭 문제를 직접 챙기고 있다. 그만큼 학폭 문제가 심각하고 우리 사회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학교폭력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의무교육이 시행되는 곳에서는 국내외 불문하고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새 그 수위와 범행 수법이 도를 넘고 있는데다 이에 따른 피해 학생 및 가족들의 상처가 치유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면서 이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2년 전 울산의 한 PC방 옥상에서 여중생 4명이 한 살 어린 후배 A양을 집단 폭행한 사건은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다른 학교에 다니지만 얼굴 정도를 알고 지내던 A양이 자신들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불러내 잔혹하게 폭력을 행사했다. 이달 중순 울산지법에서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법원이 선고도 내려지기 전에 주범인 B양을 재판 도중 직권으로 구속한 것은 이 사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 뿐 아니라 10대 초중반의 어린 학생들이 저지른 행위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수준의 학폭 및 집단 폭행 사건은 전국적으로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인 및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에 대한 잇단 ‘학폭 미투’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사건은 기름을 부었다. 결국 정부와 시도교육청, 대학 등에서도 사태 심각성을 인지하고 기존 대책을 강화하는 등의 새로운 대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으나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기대감 속에 회의적 시각도 상존하고 있다.

우선 중학생 ‘학폭’이 고등학생보다 2배 이상 많은 상황에서 중학생의 경우 자사고나 특목고 외 일반고, 대학 진학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또한 고등학교에서도 이른바 ‘대포자’라고 하는 대학 진학을 포기한 학생들에게 이번 조치는 실효성이 없다. 여기에다 일선교사들은 “제재와 처벌이 강화될수록 법적 다툼은 심해질 것이고, 학교에서 끝도 없는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학폭 예방과 근절을 위한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학교 문화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힘들고 지난한 과정을 겪더라도 ‘학폭’이라는 단어가 학교에서 사라질때까지 교육당국은 물론 우리 사회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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