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학교는 시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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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학교는 시험 중
  • 경상일보
  • 승인 2023.05.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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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국 학성고등학교 교사

지금 학교는 시험 중이다. 아이들이 중간고사를 치고 있다. 4월말부터 5월초 대부분 고등학교가 같은 상황이다. 시험기간 학생들은 자신들의 시간에 집중한다. 교사도 학부모도 함께 아이들의 시간에 집중하며 하나 된 마음으로 아이들을 응원한다. 감독을 하며 시험에 집중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험기간 잠이 부족한 얼굴로 시험에 집중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시험을 치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과 귀가 발갛다. 교실은 아이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문제를 풀고 있는 모습에서 아이들의 마음이 보인다. 그런 아이들이 안쓰럽다. 마음속으로 열심히 응원을 보낸다. 긴장된 마음을 잘 이겨내기를 바란다.

그중에는 시험기간에도 잘 다려진 교복을 입고 있는 아이가 보인다. 깔끔한 외모를 유지하는 아이의 성격이 보이는 듯하다. 오늘 아침 교복을 챙겨서 입혀 보내신 부모님의 마음도 겹쳐 보인다. 부모님들은 시험기간 아이의 시간을 따라 그 곁을 지키며 함께 긴장하고 계실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가 자기 인생의 시간을 잘 헤쳐 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계실 것이다.

시험은 인생의 과정이다. 시험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다. 누구나 즐거울 수 없다. 그러나 누구나 겪어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누구도 외면할 수 없다. 긴장된 마음과 막연한 불안감을 스스로 다스려야 한다. 모두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삶에는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자기 자신을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험은 아이들에게 점수에 따라 기뻐하고 좌절하며 단순히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과정은 아니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견디고 이겨내는 연습’이어야 한다.

학창시절 시험을 보고 나면 자리 배치가 바뀌었다. 성적순으로 좌석이 배정되고 우리가 앉은 위치는 우리의 성적이었다. 성적은 곧 그 사람이었다. 교실에서 우리는 성적으로 우리를 판단하는 시간을 경험했다. 잔인했다. 그 시절 학생이었던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부당한 일이었는지 안다. 성적이 모든 것이었다. 그러나 성적은 ‘모든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눈을 통해 우리 자신을 본다. 우리를 대하는 그들의 인식과 태도는 가치관에 투영된다. 고스란히 한 사람의 중요한 삶의 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학교는 중요한 가치가 아이들의 삶에 투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울산교육청은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강조한다. 이것은 모든 아이의 ‘삶 자체’를 존중하며 지켜낼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시험이 끝나면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온다. 체육대회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경험하는 시간을 통해 모두에게 모두가 소중한 존재임을 배울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체로서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현국 학성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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