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02)]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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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02)]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3.05.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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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필자의 집 처마 밑에 어느날 딱새가 둥지를 틀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하더니 딱새도 둥지에 올망졸망 5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조심스레 까치발로 둥지를 들여다보고 새끼들이 얼마나 컸는지 확인하는 일은 필자의 큰 낙이다.

새들은 상당수가 4~6월에 알을 낳는다. 부모 새가 둥지에서 알을 품는 행위를 ‘포란(抱卵)’이라고 하고, 포란 중인 새의 가슴과 배 깃털이 빠진 부분을 ‘포란반(抱卵斑)’이라고 부른다. 포란반은 새가 자신의 배 아래쪽 털을 뽑아 피부가 알에 닿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맨살에는 모세혈관이 많아 보온이 더 잘되기 때문이다. 포란이 끝나면 부화가 시작된다. 병아리의 경우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아 알을 깨트린다. 이를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한다.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 ‘줄’,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이라고 한다.

남의 빈집에 사는 나처럼/ 처마 밑/ 빈 제비집에 둥지를 튼 딱새/ 지붕에 앉고/ 대문에 앉고/ 빨랫줄에 앉고/ 날벌레 길벌레 고쳐 물며/ 두리번 두리번/ 그러다 다시 숨고/ 새끼들 철없이 노란 입 벌리고/ 가슴이 붉은 수놈보다/ 더 조심떠는 암놈/ 안쓰러워 집 나서며/ 사람들 마실 못 오게/ 대문 닫다/ 바라보는/ 먼 하늘 ‘딱새’ 전문(함민복)

새 새끼가 태어난 뒤에는 ‘육추(育雛)’가 시작된다. 이른바 새끼를 키우는 과정이다. 부모 새는 끊임없이 먹이를 날라다 주고, 새끼는 그 연약하고도 노란 부리로 먹이를 받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란다. 이제 남은 것은 제스스로 둥지를 떠나는 것. 이를 ‘이소(離巢)’라고 한다. 이소에는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이 뒤따른다. 그래서 이소에는 제스스로의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하다.

익힐 習(습)자는 羽(깃 우)자와 白(흰 백)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옛날 갑골문에서는 白자가 아닌 日(해 일)자에 羽자가 그려져 있었다. 새가 태양 위 하늘을 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새가 하늘을 나는 법을 익히기까지는 무수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논어> 첫머리에 나오는 ‘학이시습지’의 ‘시습(時習)’은 배운 것을 수시로 연습해야 한다는 뜻이다. 새나 사람이나 연습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새끼들이 이소(離巢)를 하고 난 뒤에 남은 둥지는 자못 쓸쓸하다. 빈둥지 증후군이라고나 할까. 가정의 달 5월에 다시 들여다보는 자식들의 얼굴이 괜히 눈물겹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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