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많은 가족 행사들 속에서 처음 맞이하는 날이 어린이 날이다. 나는 인생의 첫 아홉수를 겪고 있는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어린이날 즈음 부모들은 우리 자녀에게 어떤 멋진 선물을 해줄까 고민을 했을 것이다. 선물은 받는 사람이 제일 원하는 것이 최고의 선물임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제일 원하는 게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아마도 “마음껏 놀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대답할거 같다. 아이들은 정말 놀고 싶어 하고, 노는데 진심이다.
아이들의 ‘놀 권리’에 대해 들어보았는지 모르겠다. 권리로 명시를 한 것은 잘 지켜지지 않거나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많이 시청하였을 것이다. 내용 중에 자신의 직업을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이라고 주장하는 ‘방구뽕’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공부에 치여 행복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을 구하는 인물이다.
그의 주장과 나의 의견을 덧붙여 몇 자 적어 보고자 한다. 하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놀이에 너무 목말라 있다. 아이들이 놀 때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에너지가 마르지 않으며 점점 더 샘솟는다는 것을 느낀다. 놀이는 단순한 욕구 해소가 아니라 자율적인 교육이다. 창의성과 사회성, 이타심, 갈등조정 능력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시간이다. 한마디로 이론교육이 아니라 실전교육이다. 지금 2학년 우리 아이들은 아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원석’과도 같다. ‘원석’을 잘 다듬어야 가치 있는 보석이 되듯이 놀이는 아이들을 스스로 잘 다듬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나는 아이들이 봄 햇살을 받으면서 그을린 피부 빛깔이 나올 수 있도록 많이 놀았으면 좋겠다.
둘,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조사하니 5명 중 1명이 고혈압으로 진단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개인적으로는 체육 시간을 매일 1시간 교과로 편성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라도 매일 신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은 시골학교에 근무할 때 비가 오면 가끔 우의를 입고 운동장에 나가서 맨발로 아이들을 걷고 놀게 했었다. 그 감촉을 너무나 좋아했고, 나는 사진만 찍으려고 하다가 함께 맨발로 놀았던 기억이 있다. 놀이는 아이들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만든다. 덧붙여 건강을 위해 아이들은 꼭 아침을 먹어야 한다. 우리의 뇌는 전체 몸무게의 2%밖에 안 되지만 에너지는 20%를 소모한다고 한다. 아침을 안 먹고 등교하면 오전 공부를 할 때 에너지원이 없어 아이들은 괜히 짜증을 내며 공부하기가 어려워진다. 간단한 거라도 좋으니 꼭 아침을 먹고 등교를 했으면 좋겠다.
셋,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작년에 생명존중 교육을 하면서 자살의 징후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이들의 입에서 “나도 그런데…”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고 속으론 좀 놀랬다. (물론 장난스럽게 이야기한 측면도 있어 보임) 미래를 위해 힘든 일을 좀 참고 이겨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너무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속에 아이들을 넣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 당장 건강하게 놀면서 행복했으면 한다.
서동업 온남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