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전기, 가스요금이 또 올랐다. 지난해부터 다섯 차례에 걸친 인상이다. 인플레이션 고통이 여전한 가운데 경제주체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울산의 가계는 올 여름 ‘냉방비 폭탄’을, 산업체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의 전기세 폭탄을 맞게 됐다.
정부는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을 ㎾h당 8원, MJ(메가줄) 당 1.04원 올려 16일부터 각각 인상한다고 밝혔다. 현행보다 5.3% 인상한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분은 주택용뿐만 아니라 산업용·일반용·교육용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한국전력(적자 33조원)과 한국가스공사(미수금 11조원)의 재정상황을 고려하면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경기부진으로 장바구니가 가벼워진 가계, 수출시장에서 고전하는 산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산업계는 소폭의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조금만 오르더라도 제조원가 상승이라는 나비효과의 후폭풍을 맞기 때문이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비철금속 등 에너지 다소비형 제조업체들이 즐비한 울산 산업계의 타격은 더 심하다. 연간 전기요금(추정)이 큰 S-OIL(5000억원), 현대차(4000억원), 고려아연(3000억원), 한주(3500억원), SK에너지 울산공장(2500억) 등은 연간 수백억대의 전기세 추가 부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울산 산업계는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시행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발전소가 위치한 울산과 부산·광주·경남·경북·전남·전북 등 8개 시도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시행에 뜻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은 법사위에 계류 중이어서 아직까지 갈길은 멀다.
울산을 포함한 발전소 소재 시도는 ‘핵’ 이라는 거대 위협 속에 노출돼 있다. 이런 가운데도 대규모 전력을 생산해 수도권 등지로 보내고 있는데도 정부의 위험 보상은 없다. 단지 안전위협만 강요받고 있을 뿐이다. 생산지 울산과 소비지 서울의 전력 요금이 같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일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최근 여당 주요 인사들에게 거듭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시행을 강력히 요청한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전기요금이 싸지면 기업유치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차등 요금제는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발전소 주변 지역의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지역 균형발전을 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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