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년간 사제의 정을 이어오고 있는 특별한 스승과 제자들이 있다.
울산고등학교 22회 동기회는 15일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동기 20여명과 고등학교 재학 시절 은사 5명을 모시고 식사자리를 마련했다. 이같은 만남은 올해로 벌써 32년째 매년 이어져오고 있다.
유독 끈끈한 동기애를 자랑한다는 울산고 22회 동기회는 지난 1978년 졸업 후 빠른 시간에 동기모임을 구성했다. 모임을 이어가던 중 “동기들 모임도 좋지만, 3년간 함께 정을 나누었던 스승님들과도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모두가 동의하면서 지난 1992년부터 사제 간 만남이 시작됐다. 32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이어져온 울산고 사제간 만남은 신종코로나가 한창 심할 당시에도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식사를 대접, 끈끈한 만남을 이어갔다.
이재복 울산고 22회 동기회장은 “동기들 중 참석을 희망하는 사람을 선발해 매년 은사님들 포함 20명 내외로 만나고 있다”며 “울산에 계시면 저희가 직접 모시러 가고, 올해는 부산에서 먼길 오시는 은사님도 계시는 등 매년 뵙다 보니 각별한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배상수 교련 선생님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22회 동기들이 선생님이 틈틈이 습작한 시를 모아 쾌유를 빌며 시집을 직접 발간하기도 할 만큼 남다른 사제간 정을 자랑하고 있다. 이 동기회장은 “매년 6~7명의 은사님들을 모시고 있는데, 시간이 점차 흐르다보니 지난해 스승의 날 모임을 하루 앞두고는 또 한분의 스승님이 돌아가셨다”며 “그날 저희 동기들이 할 수 있는데까지 지속적으로 한 분이라도 더 만나 뵙고 모시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울산고 22회 동기회의 이같은 사연이 점차 퍼지면서 후배 동기들도 은사들과의 모임을 점차 갖고 있다.
이 동기회장은 “저희 얘기를 듣고 후배들도 반창회나 개인적으로 은사님들을 찾아 안부를 전하는 등 사제간 정을 다시 되찾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점차 교권이 흔들리고 사제간 정이 약해지고 있지만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인생에 손꼽을만한 소중한 인연인 만큼, 스승의 날이라도 소중한 인연을 되새기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혜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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