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전세사기 대란…열 사람이 한 도둑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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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전세사기 대란…열 사람이 한 도둑 못 잡는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5.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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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미경 울산시의원

온 나라가 전세사기사건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열 사람이 한 도둑 못막는다’는 옛말이 있다. 누구나 직장, 학교 등 여건으로 임대인, 임차인이 되는 상황에서 맑은 강물이 한 번의 풍랑으로 무수한 부유물이 떠오르듯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전세사기 피해로 이미 네 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필자는 시의회 의원이 되기 전 부동산 전문가로도 활동해왔다.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야당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28번의 부동산정책을 발표하였다.

결국, 2020년 졸속으로 임대차 3법을 강행하여 2년간 전세가가 35%나 폭등하였고 전세대출 또한 200조원대로 2배가 늘어났으며 민간임대주택 사업 축소로 갈 데가 없는 2030청년들과 서민들은 비교적 저렴한 빌라나 연립주택을 찾아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야만 했다. 임대차 3법은 2년이었던 임대차 기간을 ‘2+2’로 연장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로 인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해 11월까지 보증보험 가입 시 시세 산정이 어려운 신축 빌라 등의 경우 공시가격의 150%를 집값으로 인정해주었고 집 주인은 시세 수준으로 전셋값을 높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주택시장의 침체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주택 구매자가 집값 하락과 은행 대출의 이중 부담으로 대출 이자를 연체하다가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 세입자가 피해를 보면서 불거졌다. 또한 무자본으로 갭 투자한 악성임대인과 컨설팅업자들의 전세자금 대출편취, 허위보증보험등 사기가 극성을 이루게 되는 상황으로 번졌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쓴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개인이나 개별경제 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경제 활동을 수행하고, 정부는 외적 방어, 사회 질서의 유지, 공공시설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일 등의 자유방임 정책을 수행하면 경제는 가격의 자동 조절 기능인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서다. 정부의 무분별한 부동산정책이 불러온 예견된 전세사기 참사에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알기에 일련의 사태가 너무나 안타깝다. 경제의 흐름은 순리대로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때론 정부가 나서야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리한 정책은 예견된 참사를 안고 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산축적 방법 중 주거사다리가 있다. 월세에서 전세를 거쳐 자가로, 원룸에서 빌라를 거쳐 아파트로…‘30대 사회초년생’, ‘2억~3억 대 빌라 전세’. 등 피해자가 ‘2030 빌라 세입자’에 집중돼 있는 이유이기도하다. 처음으로 마련한 목돈은 대체로 대출을 끼고 있어서 심리적, 경제적 피해와 낙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올해에는 역전세 대란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 전세보증금을 제때에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는 눈덩이처럼 더 늘어날 전망으로 주택보증공사(HUG)는 재무 건전성 악화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올해 국회는 3건의 전세사기 방지법을 만들었고 같은 날, 공인중개사법 개정안도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제 남은 것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대로 만들어 이전 정부에서의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다. 피해 유형이 다양한 만큼 사각지대 없이 피해 상황을 다양하게 포착해야 하고 피해자들의 상황에 맞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약자를 보듬어 주고 함께 살 수 있도록 하는 일, 언젠가 당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법이라면 고치는 일, 빌라나 다세대 주택 임대자의 경우 잠재적 사기꾼으로 몰리고 있는 것 또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필자는 시의원으로서 울산 시민 중 피해자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볼 것이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전문지식을 함께 나눌 것이다. 지금 정부는 피해자의 눈물을 어루만지는 코스프레보다 지난 정부의 엉켜진 실타래를 푸는 정책이 시급하다.

천미경 울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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