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기술은 기업은 물론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로 기업과 국가는 산업기술을 개발해 확보하고 이를 지켜내는 것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업스파이들의 범죄는 날로 첨단화·지능화·국제화 돼가고 있기에 개별기업이 자구책만으로 이를 온전히 지켜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허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6년간 기업의 11%가 기술유출 피해를 경험했지만, 이 가운데 별다른 대응없이 넘어갔다고 답한 기업은 무려 23.5%에 달한다. 게다가 산업기술유출범죄는 혐의입증이 어렵고 기소율마저 낮아 기술유출 피해를 입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포기하는 기업도 많다. 이처럼 개별 기업들 혼자만의 노력만으로 산업기술유출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
이에 경찰은 산업기술을 보호하는 것이 단순히 기업체의 수익창출과 생존을 넘어서 국가의 존망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으로 직시하고 있으며, 산업기술보호와 유출범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별 기업을 돕기 위해 전문인력을 배치해 사전예방홍보 및 보안진단, 사건수사, 피해회복 등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5년간 지난 2018년부터 2022까지 전국에서 557건, 1628명의 산업기술유출사범을 검거했으며, 울산경찰은 15건에 42명의 산업기술유출사범을 검거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경찰의 독자적인 노력만으로는 기업과 산업기술을 온전히 보호하고 유출사범을 차단하는데 역부족인 것도 사실이다. 더욱 촘촘하게 산업기술을 보호하고 산업 스파이를 검거하기 위해서는 유관기관은 물론 기업체 등과의 노력과 협업이 수반돼야 하며,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통한 경각심도 고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기업체에서 산업기술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서는 내부 보안관리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미 발생한 범죄를 수사해 엄벌하는 것보다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고, 예방을 위해서는 기업체 스스로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일정비용이 수반되더라도 자체 보안관리를 실시해야 한다. 이에 수반되는 비용도 기본적 생산비용이라는 인식전환 또한 필요하다.
둘째, 산업기술유출 범죄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유관기관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기적 대응체제 구축과 수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산업기술보호 및 유출범죄수사는 전문영역을 다루는 경우가 많고 디지털 매체나 온라인 네트워크 등을 주로 활용하고 있기에 유관기관의 협력강화는 필수적 요소이다. 또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중소기업진흥원·테크노파크·연구기관 등과의 협업체계 구축도 매우 중요하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기술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기술이 유출되었을 때 보다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셋째, 시민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누구나 손쉽게 가지고 다니는 휴대폰의 고성능카메라, 더욱 소형화된 이동형저장매체 등이 기술유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에 기술유출방지를 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기업체의 보안구역에 출입할 경우에는 보안사항 준수요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의 메카이다. 산업기술을 보호하고 기업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은 울산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경제를 담보할 핵심가치에 대한 투자다.
울산경찰청은 산업기술보호수사팀은 물론 지난해 12월부터 5개 경찰서에 산업기술유출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피해기업들의 피해신고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한 전담 산업보안협력관을 통해 보안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방문해 보안진단 및 기술유출 신고처리 절차를 홍보하는 등 기업과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산업기술보호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메타물질, 박막태양전지, 자율주행, 드론기술 등 급변하는 초격차 기술이 국가경쟁력과 국가안보까지 책임지는 기술패권시대에서 우리는 산업기술유출이 단순히 개인의 일탈범죄가 아닌 국가안보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임을 인식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반으로 산업기술보안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윤명훈 울산경찰청 안보수사과 안보수사2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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